은행원 실수로 돈 더 받았는데 돌려주지 않았다면 ‘사기죄’일까

입력 2018-09-30 13:47
게티이미지뱅크

은행 직원 실수로 돈을 더 받아갔다가 돌려주지 않더라도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서영애)는 2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74)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1월 중순 경북 포항 한 은행 지점에서 1만원권 10장을 5만원권 2장으로 교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은 실수로 5만원권 10장을 내줬다. 4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 셈이다.

은행 측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A씨는 이를 거절했다. 결국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1심 재판부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A씨는 “돈을 더 받은 줄 몰랐다”며 항소했다.

이날 원심을 파기한 재판부는 “A씨가 고령인 점을 고려하면 은행원을 신뢰해 내어주는 돈을 받았을 뿐 초과 지급 된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A씨가 고의로 돈을 가로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A씨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이 되기 위해서는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하지만 이 경우 돈을 받은 이후에 초과 지급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봤다.

다만 재판부는 “직원이 준 돈을 그대로 받고 돌려주지 않은 점은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 혐의가 무죄라는 건 형사범죄로 처벌이 어렵다는 취지일 뿐, 민사상으로 부당이득반환청구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