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가 내일(다음 달 1일) KBO가 제안한 FA 제도 개편안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다고 한다.
KBO 개편안의 핵심은 4년 기준 FA 선수의 몸값 총액을 80억원으로 묶자는 것이다. 선수들이 쉽게 이적할 수 있도록 최근 5년 연봉을 기준으로 FA 등급을 3단계로 나누자는 당근책도 포함돼 있다. 선수들의 FA 자격 취득 연수를 단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KBO는 선수들에게 불리한 것과 유리한 것을 섞어 한꺼번에 빅딜하려는 모양새다.
KBO 이사회는 지난 11일 신규 외국인선수들의 계약 금액을 100만 달러로 제한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번엔 소수 고액 선수들의 연봉이 구단의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주기에 이 같은 개편안을 추인했다고 한다. 결국 구단의 어려운 주머니 사정을 해결해 주기 위해 KBO가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KBO 이사회에 모인 각 구단 대표들은 철저하게 자신이 속한 모기업의 득실을 따져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 또한 모기업 오너의 지시에 따른 행위다. 그러기에 그들의 결정은 야구계의 발전과는 동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다.
몸값 제한의 주체부터 틀렸다. 몸값을 올린 건 선수 개인들이 아니라 10개 구단이다.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구단끼리 경쟁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그러기에 선수들의 몸값을 제한할 게 아니라 구단을 옥죄는 게 우선이다.
구단의 연봉 지출 총액을 제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샐러리캡과 사치세의 도입이 그것이다. 정운찬 KBO 총재가 지난 5월 이미 제안했다. 그리고 구단들이 정확한 연봉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을 담은 제재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선수협은 KBO의 제안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 FA 등급제나 FA 취득 자격 연수 축소 등 당근책에 흔들릴 수 있지만, 선수 몸값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대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선수협도 KBO의 제안에 대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는 게 맞다. 몸값 거품을 제거할 수 있는 대안도 없이 반대로 일관한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고액 연봉 선수들만 보호한다는 팬들의 비난이 다시 일 수 있다. 상식선에서 합리적 대안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본질에서 벗어났지만 넥센 히어로즈 박동원-조상우 선수 성폭행 의혹 사건 때처럼 일방적으로 선수들을 옹호하는 조직이 되어선 안 된다. 정치에서 국민이 우선이라면 야구계는 선수가 아닌 팬이 우선돼야 한다. 팬들의 생각과 동떨어진 행보를 계속 이어간다면 KBO와 마찬가지로 선수협도 또다시 팬들로부터 외면받는 조직이 될지 모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