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찾아가 영장 발부 항의한 한국당, 과거 발언 보니…

입력 2018-09-28 17:09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8일 최근 심재철 의원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대검찰청과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장을 만나 법원의 영장 발부와 검찰의 집행이 기획된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을 펴며 거칠게 항의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대법원에서 김 대법원장을 만나 “얼마 전 법원은 법원 소속이었던 전직 재판연구관 등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 자기 식구는 그렇게 챙기면서 입법부인 국회가 행정부인 검찰에 의해 유린당해도 괜찮은 것이냐”고 따졌다.

이 자리에 동석한 판사 출신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심 의원이 상임위원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경로로 국정감사 자료를 수집했고, 기재부도 그 내용을 뻔히 아는데 증거수집을 할 게 뭐가 있으며, 추석 전날 갑자기 영장을 발부할 긴급성이 있었느냐”며 “법원이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대법원장이 “영장 발부에 관해서는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판사 출신인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다른 법관이 하는 일이니 내가 말하는 게 적절치 못하다’고만 말하지 말고 국민적 눈높이에서 진솔한 말씀을 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한국당 의원들의 과거 발언에 비춰볼 때 한국당 의원들이 개별 사건 영장 발부를 두고 대법원장을 찾아가 항의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상규 위원장은 지난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된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을 문제 삼는 질의를 하자 “정치권이 특정 재판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권 논의가 사법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저지했다. 당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이 “아무리 사법부라도 잘못한 것을 지적하는 게 국회”라고 따지자 “사법부 결정에 대해서는 불복절차가 있다. 불복 절차를 따르면 될 것 아니냐”고 고성으로 맞받기도 했다.

이양수 원내대변인도 지난 12일자 논평에서 “판사가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 판결을 내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것이 대법원장의 중요한 소임”이라고 말했다. 불과 10여일 전까지 법관과 재판의 독립성을 강조해온 한국당이 대법원장에게 개별 사건 관련 항의를 한 셈이다.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김 대법원장이 아무런 사전설명 없이 면담에 30분 늦은 것에 대해서도 비난을 퍼부었다. 강효상 의원은 김 대법원장에 앞서 한국당 의원들을 맞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에게 “헌법기관 100여명이 왔지 않느냐”고 핀잔을 줬다. 김 원내대표도 김 대법원장에게 “우리가 어제 국회 법사위원장실을 통해 오늘 공식 방문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30분이나 기다리게 했으면 제대로 된 예의나 갖추며 맞으셔야 하는데 마치 몹쓸 벌레 보듯 하며 언짢아하고 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김 대법원장은 “그 부분은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