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선 영화 ‘암수살인’의 상영 금지 필요성을 두고 유가족과 투자·배급사가 법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환)는 28일 유족 최모씨 등 4명이 주식회사 쇼박스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열었다.
유족의 법률대리인은 “‘암수살인’은 고인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실제 2007년 부산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해 범행 수법과 장소, 시간, 피해 상태 등을 99% 동일하게 재연했다”고 주장했다.
‘암수살인’은 2007년 11월 26일 부산 중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실화로 한 영화다. 피해자 박모(당시 38세)씨는 이날 밤 부평동을 걷다가 이모씨와 어깨를 부딪혔다. 그러자 이씨는 주머니에 품고 있던 접이식 칼로 박씨의 목과 허리를 찔러 살해했다. 이후 박씨 시신을 인근 지하로 옮겨 불을 질러 훼손했다. 영화는 배경을 2007년이 아닌 2012년으로 하고 있지만 극중 인물의 나이, 범행 수법 등이 실제 사건과 똑같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대리인은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는 유족들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을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제작 전에 동의를 구하거나 협의를 한 적이 없다”며 “영화가 그대로 상영될 경우 유족들은 되돌릴 수 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영화 제작으로 인해 ‘잊힐 권리’도 침해당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쇼박스 측 대리인은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한 점에 대해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길에서 ‘묻지마 살해’가 벌어지는 테마 구성은 영화에서 일반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범인과 형사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유족 측이 문제제기를 한 부분 위주로 약 50분가량 법정에서 영화를 시청했다. 극 중 범인과 피해자가 길에서 어깨가 부딪히고, 범인이 흉기로 피해자의 목을 찌른 뒤 시신을 방화하는 장면이다.
재판부는 개봉예정일인 3일 이전인 오는 29일까지 추가 의견서를 제출토록 요구했다. 유족이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는 다음달 1일 결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