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떠나는 임성남 1차관 “한눈엔 현미경, 한눈엔 망원경”

입력 2018-09-28 12:40

임성남 외교부 1차관은 28일 “훌륭한 외교관은 한쪽 눈에는 현미경, 한쪽 눈에는 망원경을 달고 그 배율이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37년의 외교관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후배들에게 이런 당부를 남겼다.

임 차관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당면한 현안에만 함몰되지 말고 문제의 맥락과 배경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서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해야 일을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문제를 예방할 수 있고 나아가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없어질 수 없는 직업 중 하나가 외교관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며 “복잡한 변수가 작용하고 다양하게 전개되는 상황에 여러 가지 언어로 대처하는 일은 디지털 시대에 가장 아날로그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깊이 생각하고 항상 공부하고 가장 중요한 수단인 언어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아날로그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여 달라”고 했다. 또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과 배려이고 이는 외교에서도 일맥상통하는 자세”라며 “겸손한 외교부, 타인과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외교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 차관은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정세가 본질적인 변화와 발전의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작은 기여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을 큰 보람으로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재외공관 직원들과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써준 실무직원에게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이임사를 맺었다.

2015년 10월 외교부 1차관에 임명된 임 차관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이례적으로 유임됐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에서 몇 안 되는 북핵·대미통으로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임 차관은 1981년 외교부에 입부(외시 14회)해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외교기획단장, 북미과장 등을 지냈다. 2009년 7월부터 주중 공사를 맡아 대중외교에서도 실력을 쌓았다. 임 차관 후임에는 조현 외교부 2차관이 임명됐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