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SBS 신입 아나운서 김수민(21)씨가 화제다. 사연은 이렇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최연소로 아나운서 공채에 합격해 화제가 된 인물이다.
김씨는 최근 SNS에 대학 동기 A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을 캡처해 공개하며 “앞뒤 다른 사람들. 사과 같은 건 없다”고 실망감을 표시했다. 동기는 김씨에게 (아나운서 합격에 대해) “너 하고 싶어 하는 일 잘돼서 좋네”라는 축하하고 “학교는 잠시 쉬는 거냐”고 물었다. 김씨는 “그래야 할 것 같다. 시선도 부담되고”라고 했단다.
이후 A씨는 자신의 SNS에 둘 사이의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면서 “벌써 연예인이라도 된 줄 아는 건지” “크게 잘못한 건 없는데 은근히 밉보이는 게 쌓이고 쌓여서 꼴 보기 싫어지는” 등 김씨를 비꼬는 듯한 글을 올렸다. 이를 본 김씨는 A씨에게 “이런 거 올릴 거면 축하는 하지 말았어야지. 글은 알아서 지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적어도 네가 하고 싶어 하는 일 이뤘으니 그것 자체만은 축하하는 마음 진심이었다. 글은 어차피 비밀 계정이고 내 계정이니 알아서 할게”라고 했다. 김씨는 동기가 곧바로 사과하지 않자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SNS에 공개했다. 네티즌들은 이 상황을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아나운서도 회사원인데 열 받으면 SNS에 (글을) 올릴 수도 있다” “엉뚱하게 험담하는 동기를 혼내줘야 한다”는 이들과 “김씨가 공인인데 그런 대화를 (SNS에) 올리는 건 신중치 못하다”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랬겠지”라고 하는 쪽이 맞서고 있다.
서글픈 대목이다. 주변 사람이 잘 되면 부러운 마음이 생기고 시샘할 수 있다. 누구라도 최연소 아나운서가 된 과 동기를 샘내면서 동기를 태도에 대해 아니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A씨는 샘내고 부러워하는 자기 마음의 비밀을 SNS에 공개했고 동기 김씨와 갈등을 겪게 됐다.
김씨도 비슷하다. A씨의 마음을 이해해 그 글을 못 본 척하거나 동기와 나눈 대화를 마음 속에만 간직할 수도 있다. 그런데 공개했다. 배신감이 들고 나쁜 평판이 생길까 두려운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함께 공부한 동기에 대한 너그러움이 조금만 있었다면 섣불리 공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두 사람은 각각 혼자 간직해도 좋을 마음의 비밀을 SNS에 올리면서 그 일을 몰라도 될 만인의 입방아 대상이 돼 버렸고 우정도 끝장났다. 한 소설가는 어느 작품에선가 이런 얘길 쓴 적이 있다. “가슴에 비밀이 한 조각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가난한 삶이다.” 비밀이 없어 서글픈 SNS 세상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