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선제적 비핵화, 북한에 유리하다…미국 내 인식 변화 이끌 것”

입력 2018-09-28 11:33 수정 2018-09-28 13:45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세계시민교육 페다고지와 실천을 위한 국제회의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28일 “북한 측이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전의 살라미 전술(현안을 세분화해 협상 목표를 얻어내는 것)을 버리고, 선제적으로 핵물질·핵탄두 폐기를 언급한다면 미국 내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특보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현재까지의) 미국과 북한 간 논의대로 북한이 핵시설을 폐기하고, 핵탄두를 신고하고, 사찰을 통해 검증하고, 이후에 핵 폐기를 하는 것은 세월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상호 불신이 쌓여 판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평양 회담에서 언급한 핵시설 폐기에서 나아가 핵물질·핵탄두 폐기를 들고나온다면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 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이지 않다. 문 특보는 “북한 핵 문제에 낙관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전체 전문가 중) 5% 이내일 것이다. 대부분은 5~60%를 차지하는 회의주의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30%가량의 비관주의자”라면서 “미국 내에서는 과거에 진행된 모든 합의를 북한이 깼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을 믿지 못할 상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 특보는 북한의 비핵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김 위원장의 의지라고 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도) 평양 회담에서 언급된 미사일 발사대 파기와 영변 핵시설 폐기 등은 참신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선제적 조치로 미국 내 인식이 변화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도 더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정말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 나를 비롯한 낙관론자들은 이런 변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핵물질·핵탄두 폐기를 먼저 언급한다면, 미국도 상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으로는 김정은 체제에 대한 인정과 상호 수교, 종전 선언에 이은 불가침 조약 체결 등이 언급될 수 있고, 경제적으로는 대북제재 완화와 북한의 국제경제 체제 편입 등도 가능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미국 조치를 견인하려면 북한이 무엇을 하든 검증이 돼야 한다. 이런 검증은 강제적으로 이뤄질 경우 진전을 보기 어렵고 협력적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역대 회담에 대한 평가도 이뤄졌다. 3차에 걸친 남북정상회담에 모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 문 특보는 이번 평양 회담의 특징을 ‘배려’와 ‘환대’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1, 2차 회담들은 탐색적 측면이 강했지만, 이번 회담 일정에서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공연들은 이번 회담 일정에서 모두 빠졌다. 백두산을 방문하는 것 역시 배려와 환대의 일종”이라며 “평양 선언은 실천적 성격이 강하다.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비롯해 남북 교류 등도 날짜를 정해두고 하는 것에서 (북한 측의) 변화를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문 특보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11월 이전에 성사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적대국이니 만큼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며 “하지만 정상회담을 11월 전에 하나 후에 하나 별 차이가 없을 것이다. 북한 측이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윤곽만 가져온다고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선거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