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입김에 좌우되는 KBO 밀실행정” ‘이너서클’ 이사회 개편 필요

입력 2018-09-28 09:45

KBO(총재 정운찬)는 지난 11일 외국인선수 제도의 고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외국인선수와의 계약 금액을 100만 달러로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 결정 회의 및 기구는 ‘2018년 KBO 제5차 이사회’다.

또 최근 국내 선수들의 몸값을 ‘4년 80억원’으로 제한키로 결정한 기구 또한 KBO 이사회다. 아시안게임 기간 정규 시즌 중단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턴 정규시즌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내려진 곳 또한 이사회다. 모든 결정들이 KBO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사회가 어디서, 언제 개최되는지, 안건은 무엇인지를 아는 야구팬은 아무도 없다. 그저 KBO가 내는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결국 이사회는 일반 야구팬은 모르는 ‘이너서클’인 셈이다.

이사회는 10개 구단 사장단 회의다. KBO가 10개 구단들의 협의체 조직인 셈이다. KBO 총재는 구단 대표와 똑같이 이사회에서 한 표를 행사하는 이사 중 한 명에 불과하다. 2012년이다. KBO가 10구단 창단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런데 한 구단이 창단에 적극 반대했다. 다른 구단들도 따랐다. KBO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현장 야구인들과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자 그제서야 입장을 바꿔 10구단 창단을 승인해줬다. 이 또한 KBO가 아닌 구단들이 마음을 바꿔서 가능했던 일이었다.

몇 년이 흘렀지만 ‘이너서클’ 이사회는 달라지지 않았다. 각 구단 대표들은 모기업의 입장과 구단 이익을 따져본 뒤 결정에 참여한다. 야구계의 발전이 아니라 철저하게 자신이 속한 그룹의 경제 논리에 입각한 결정이다. 물론 각 구단 대표들도 모기업 오너 일가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KBO의 의사 결정 자체가 그룹 오너의 판단에 달려있는 구조로 고착화되어 있는 것이다. 재벌의 입김에 좌우되는 밀실 행정의 전형인 셈이다.

2018년 야구계는 위기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시작된 병역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대표팀의 경기력은 몸값 거품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야구장 관중은 계속 줄고 있다.그런데 KBO는 아시안게임 기간 정규 시즌 중단이라는 일시적 이유때문이라는 한심한 분석만 내놓고 있다. 현장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러기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도록 KBO의 구조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차 대상이 KBO 이사회다. 더 이상 10개 기업 대표들의 사랑방이 되어선 안 된다. 야구계를 우선 생각하는 목소리가 그 곳에 있어야 한다. 현장 야구인들이나 팬들이 이사회에 직접 참가하지 않고서는 논의 내용을 전혀 알 수 없는 구조는 반드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정식이사든 사외이사든 현장 야구인과 야구계의 국민인 팬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 밀실행정으로 일관하는 ‘그들만의 이사회’가 계속 존재한다면 프로야구도 언젠가 ‘그들만의 야구’로 전락할지 모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