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전거 ‘음주 라이딩’은 보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자전거를 음주운전 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이 28일부터 시행된다. 자동차의 경우 고속도로뿐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된다.
이번에 시행되는 도로교통법의 주요 내용은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경사지에서의 미끄럼사고 방지 조치 의무화 ▲교통 범칙금·과태료 체납자에 대한 국제운전면허 발급 거부 ▲자전거 인명보호 장구 착용 의무화 등이다.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 안전모 착용 의무화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민폐 자전거족’도 늘어났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전거를 모는 음주 라이딩이다.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16년 조사한 결과 ‘자전거 음주운전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무려 83.4%에 달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에 해당된다. 따라서 자전거 운행자도 도로교통법의 규정을 준수하고 위반시 범칙금을 납부해야 한다. 개정안에서는 혈중알콜농도가 0.05% 이상인 자전거 음주운전자에 대해 3만원, 음주측정에 불응할 경우 10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자전거 음주운전자에게 처벌을 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직접적인 제도 도입이 처음인 만큼 자전거 음주 운전에 대한 범칙금을 홍보·계도 차원에서 최소 금액인 3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자전거는 사고의 위험성이 자동차에 비해 경미하기 때문에 처벌 수위도 ‘벌금’이 아닌 ‘범칙금’에 그쳤다. 벌금은 정식 재판을 거쳐 일정 금액을 내게 하는 형사처벌이다. 자동차 음주운전이 이에 해당한다. 범칙금은 보다 경미한 범죄 행위에 대해 보통 20만원 이하의 금액이 부과되는 것을 말한다. 관계자는 “시행 후 경과에 따라 법의 내용은 개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자전거 동호회 회원들이 자주 찾는 편의점이나 식당 등을 찾아 단속할 예정이다. 이 밖에 안전모 착용 의무화 규정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모든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는 반드시 안전모를 써야 한다. 승차자의 안전을 위한 훈시규정으로 도입된 것인데, 의무만 부과될 뿐 처벌받지는 않는다. 도로법에 따른 도로와 자전거도로에 한정해 적용된다.
서울시설공단에서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할 때 안전모를 무료 대여해주는 사업을 여의도 지역을 중심으로 지난 7월부터 한 달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전 좌석 안전띠 착용 의무화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뿐 아니라 일반도로에서도 뒷좌석 동승자까지 안전띠를 착용해야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일반 차량은 물론 택시, 고속버스 등 사업용 차량에도 의무가 적용돼 승객이 안전띠를 매지 않은 경우 운전자에게 3만원, 13세 미만 승객의 경우 6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6세 미만의 영유아는 반드시 카시트를 착용해야 한다.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서의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은 1990년부터 이미 의무화됐다. 하지만 뒷좌석 안전띠 착용에 대한 단속은 거의 실시되지 않아 유명무실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30.2%에 불과하다. 80%~90%를 넘나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운행 전 운전자가 안전띠를 매도록 안내했음에도 승객이 매지 않은 경우에는 운전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시내버스는 좌석에 안전띠가 없기 때문에 역시 단속대상에서 제외된다. 택시에서의 카시트 이용은 택시사업자가 영유아 승객을 태우기 위해 카시트를 항상 비치하기 어려운 만큼 사전고지를 했다면 현실적으로 처벌은 어렵다.
경사지에 주·정차할 때는 반드시 고임목이나 핸들 돌려놔야
주·정차시 미끄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도 의무화된다. 경사가 있어 차가 미끄러져 내릴 우려가 있는 곳에 주·정차할 때는 자동차의 주차제동장치를 작동시킨 다음 바퀴에 고임목을 받치거나 조향장치를 도로의 가장자리 방향으로 돌려놓는 식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승용차 기준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교통 위반 딱지 무시했다가는 국제운전면허 못 받아
국제운전면허증 발급에 대한 규정도 강화됐다. 교통 범칙금과 과태료를 체납한 운전자들은 국제운전면허증도 발급받을 수 없다. 해외여행 등을 위해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미납된 범칙금과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2016년 기준 미납된 범칙금은 98억원, 과태료 체납은 1조197억원에 이른다. 캐나다나 미국 일부 주에서도 범칙금을 납부할 때까지 자동차 등록이나 운전면허 갱신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새롭게 개정된 사항은 바로 단속을 실시하지 않고 시행 후 2개월 동안 홍보·계도 위주의 활동을 펼친다. 12월1일부터는 사전에 단속을 예고하는 입간판을 설치하는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나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