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을 이석기와 같은 급에?” 분노한 한국당 “문희상 의장 사퇴하라”

입력 2018-09-27 16:53 수정 2018-09-27 16:56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27일 검찰이 심재철 의원실을 주요 국가재정정보유출혐의로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 문희상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했다. 국회 수장인 문 의장이 검찰의 심 의원실 압수수색 영장을 심 의원에게 미리 알리지 조차 않고 동의해줬다는 이유였다. 양측이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문 의장이 “이석기 의원 때도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하자 의장실 안에서 분노한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김성태 원내대표와 심 의원 등 한국당 소속 의원 30명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가진 뒤 문 의장을 찾아 “국회를 지키기 위해 입장표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문 의장은 압수수색 전 심 의원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사과했지만 그 외 유감표명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의장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사무실 압수수색 사례를 거론하면서 양측의 설전은 거세졌다. 의장실 내부에서는 문 의장에게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먼저 자리를 나온 강효상 의원은 “이석기가 당했으니 야당이 된 우리도 똑같이 당하라는 얘기냐”며 분개했다. 김 원내대표도 항의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문 의장이 있을 수 없는 망언을 했다”며 “국가 전복 음모 혐의로 검찰에서 압수수색을 당한 것과 정기국회 기간에 국정감사를 준비하기 위해 진행한 의정활동의 일환을 같이 비교했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실종이자 심대한 위기”라고 꼬집었다.

당사자인 심 의원도 “개인 비리도 아닌 반국가 사범과 정당한 의정활동을 어떻게 동렬에 놓고 비교하느냐”며 “문 의장의 해당 발언이 나와서 우리 당 의원들이 상당히 불편해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한국당 의원들의 방문 후 보도자료를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최근 벌어진 심 의원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으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국회에 대한 사법부나 행정부의 판단 및 집행 과정에서 최소한의 제도적 절차가 미비하다면 여야를 떠나 국회 구성원 모두와 함께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추석 연휴 전인 21일 기획재정부의 고발에 따라 심 의원실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심 의원실 소속 보좌진이 한국재정정보원에서 관리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비정상적 방법을 사용해 무단으로 자료를 열람했다’는 주장이었다. 한국당은 검찰의 심 의원실 압수수색을 정당한 의정활동을 억압하는 ‘야당탄압’으로 정의하고 대정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