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국민 건강 기여도가 가장 높게 평가된 곳은 ‘LG생활건강’으로 나타났다. ‘영적 건강 기여도’ 평가 1위는 아모레 퍼시픽이었다.
하지만 기업 전체의 국민건강 기여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5.74점으로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에 그쳤다.
한국건강학회는 서울대 의대 건강사회정책실, 한국소비자연맹, 환경재단과 공동으로 일반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국내 100대 기업(매출액 기준)의 소비자 건강친화경영 평가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평가는 기업이 제공하는 각종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건강 등 4개 영역에 걸쳐 직접 면접 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4개 영역에 대해 10점 만점으로 평가한 뒤 이를 평균해 종합 점수를 산출했다.
그동안 기업의 활동에 대한 측정이 브랜드나 만족도, 고객 응대 등 측면에 제한적으로 진행된 적 있지만 국민 건강과 관련된 종합적인 인식 및 평가 작업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결과, LG생활건강은 국민의 건강 기여도에 대한 종합 총점에서 6.5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아모레 퍼시픽(6.54점), 삼성전자(6.49점), 이마트(6.49점), SK텔레콤(6.45점) 순으로 뒤를 이었다. IT회사인 네이버도 10위에 올랐다.
공기업 중에는 한국철도공사 9위, 한국전력공사 18위, 한국토지주택공사 20위를 차지했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기업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평가 상위에 해당되는 7점 이상을 받은 기업은 단 하나도 없어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4개 영역별로 보면 신체적 건강 평가 1위는 LG생활건강이었다. 선택 이유(복수 응답)로는 ‘원재료에 대한 철저한 품질 관리(31.8%)’ ‘생산·서비스 과정의 유해 요소 최소화(30.3%)’ ‘제품·서비스 개발 및 개선시 신체 건강상태 반영(21.2%)’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개선시 신체건강활동 증진 반영(12.1%)’ ‘건강 관련 사고 발생시 적극적 보상(4.5%)’ 등 이었다.
정신 건강 평가 1위는 ‘이마트’였다. 선택 이유로는 ‘제품 서비스 개발 및 개선시 정신건강 상태 반영(22.9%)’ ‘제품 서비스 개발개선시 정신건강 활동증진 반영(22.9%)’ ‘친절한 고객 중심 서비스(22.9%)’ ‘고객 불만에 대한 적극적 대처(17.1%)’ 등이었다.
사회적 건강 평가 1위는 삼성전자였다. 제품 서비스 개발 개선시 사회건강 상태 반영(40.5%),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 형성(37.8%), 제품 서비스 개발 및 개선시 사회 건강활동증진 반영(13.5%) 등이 선택 이유로 꼽혔다.
영적 건강 평가 1위로는 아모레 퍼시픽이 꼽혔다. 선택 이유로는 ‘나를 가치있게 만듦(24.4%)’ ‘삶의 만족감 향상에 도움(22.0%)’ ‘제품 및 서비스 개발시 영적 건강활동증진(남을 돕기, 공헌 등)’(19.5%) ‘나를 인간으로서 존중함(17.1%)’ ‘제품 서비스 개발시 영적 건강상태(삶의 의미 및 가치) 반영(17.1%)’ 등이 꼽혔다.
학회는 “이번 평가에서 4개 영역에 대한 100대 기업의 종합 평균 점수는 5.74점으로 나타나 평가 영역 중요도 평균(7.85점)보다 2.11점 부족했다”면서 “그간 기업들의 건강친화적 활동에 대해 국민들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연맹 강정화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공익적 가치 추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점점 증가할 것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소비자와 사회의 건강함을 지향하는 것”이라며 “기업은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고려하고 증진시키는데 더 노력해야 한다. 이런 기업 활동을 이끌어내고 지속적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건강학회 윤영호(서울대 의대 교수) 이사장은 “기업의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과 고급화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소비자의 생활과 건강에 깊숙이 관여해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이 무엇을 만드느냐’가 아니라 ‘기업이 무엇에 신경쓰느냐’에 관심이 있다. 기업이 단기적 이윤이나 매출 증대 뿐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을 챙겨주는 이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가 미래 기업의 가치로 제시한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CSV)’처럼 건강영역에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의 사업 가치 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바로 CSV를 건강에 적용하는 것, 즉 ‘CSV for Health'이다. 건강 가치 부여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오히려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소비자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기회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이사장은 “향후 정부 차원에서 건강친화기업 인증과 인센티브 부여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