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승부욕이 지나친 아이

입력 2018-09-27 14:17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명절엔 친척들이 오랜만에 모여 즐기기도 하지만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초등학교 3학년 P는 유난히 승부욕이 강한 아이다. 지난 추석에도 사촌들과 모여서 놀이를 하다가 이기려고 규칙을 어기거나 규칙을 마음대로 바꿔 버린다. 지게 되면 화를 버럭 내고 그대로 나와 사촌들의 원성을 샀다. 이렇게 제멋대로이며 승부에만 집착하는 P를 사촌들도 멀리하고 은근히 따돌렸다. 심지어 2살 위인 친형도 P와 놀기보다 다른 사촌들과만 놀려고 한다.

아이가 이런 상황이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한 아이가 따돌림 받는다면 우선 경쟁적이거나 승부를 가르는 놀이를 일단 중단시키고 블록이나 도미노 퍼즐놀이처럼 각자의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자.

그리고 P는 왜 이러는 걸까 고민해 보자. P의 형은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한다. 게다가 2살이 많으니 P는 뭘 해도 형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일반적으로 둘째들이 맏이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경쟁적이며, 이런 경쟁심이 둘째들을 더욱 발전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P에게 형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P의 승부에 대한 집착은 열등감에서 비롯된 거였다.

누구도 그렇게 말한 적은 없지만 P는 자신이 이기지 못하고 잘하지 못하면 아무도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싫어할 거라 믿는다. 그래서 승부에 집착하게 되고 지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거다. 자신의 그런 행동 때문에 사랑을 더 잃게 된다는 건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열등감 때문에 승부에 집착하는 아이들에게는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함을 부모가 몸소 보여 주어야 한다. 평소 시험을 보았을 때도, 어떤 경연에 참여 했을 때도 결과보다는, 얼마나 공정하게 경쟁에 임했는지 경쟁의 과정에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칭찬을 해주자. 점수가 몇 점이 올랐는지, 몇 등을 했는지에 대해선 일부러 무관심해지자.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칭찬도 이럴 땐 독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함을 표현해주자. 자녀가 똑똑해서 공부를 잘해서 말을 잘 들어서 사랑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아이가 지거나 실패 했을 때가 아닌 평소에 반복해서 말해주자. “이기고 지는 것 보다는 함께 놀이하는 즐거움이 더 중요하다”고. 아이 스스로도 경쟁 놀이 할 상황이 되면 이 말을 스스로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하자. 물론 변화는 평소의 무한한 단련을 통해서 가능하다. 비겁하게 이기는 것보다 패배를 쿨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더 멋진 일임을 부모 스스로도 실천하며 몸소 보여주어야 아이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