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앞에서 항문 보인 채 관장 실습” 간호대생의 폭로

입력 2018-09-27 13:07 수정 2018-09-27 13:15
픽사베이

“내 항문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상황… 다른 학교도 똑같이 하나요?”

지난 18일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에는 경악스러운 익명의 폭로가 올라왔다. 모 대학교 간호학과 관장 실습 현장에서 있었던 일로, 제비뽑기에 걸린 학생을 대상으로 실습을 진행한다는 주장이었다.

관장이란 수술이나 분만 전에 변을 제거하는 목적으로 대장에 약물을 주입해 장 안의 분비물을 없애는 의료 행위다. 글쓴이는 “(실습을)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한다. 제비뽑기에 잘못 걸려 자신의 항문을 남에게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자체가 인권 문제인 것 같은데 다른 학교도 이렇게 하느냐”고 반문하며 글을 맺었다.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 캡처

글을 본 네티즌들은 분노했다. 같은 일을 겪었다는 또 다른 간호학과 학생들의 경험담도 이어졌다. 실습 현장에 있었던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2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폭로했다.

A씨가 전한 실습 과정은 이렇다. 한 조는 4~5명으로 이뤄지는데, 가장 먼저 각 조에서 1명을 제비뽑기로 뽑는다. 관장을 할 대상자를 고르는 단계다.

제비뽑기에서 뽑힌 사람은 바지를 내리고 침대에 누워 실습을 기다린다. 이어 몸이 수건으로 덮히면 친구들이 실습을 할 수 있게 엉덩이 부분을 들어 올려야 한다. 다른 조원들은 관장약을 항문에 주입하는 실습을 진행한다. 관장약 주입 후 몸의 반응이 올 때까지 조원들은 모든 과정을 함께 해야 한다.

A씨에 따르면 담당 교수는 학생들에게 “하기 싫은 사람은 하지 않아도 좋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관장을 당하는 학생이 거부할 시 그 조는 아예 실습에서 제외된다. 전공 필수 과목이기 때문에 수업을 피할 수도 없다.

A씨는 “모형으로 대체한다고는 하지만 모형은 다른 조에 비해 제대로 할 수 없다”며 “계속 얼굴 보는 동기들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도 해주는 사람도 다 불편하고 미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학생은 이런 실습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교수의 결정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거절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A씨는 전했다. 또 “교수님을 앞으로도 봐야하는데 찍혀서 학교생활에 좋을 게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습을 지휘하는 교수의 주장은 무엇일까. A씨는 “교수님은 ‘직접 환자의 고통을 경험해봐야 더 나은 간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교수의 주장이 맞는지)저는 잘 모르겠고 인권침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의 실습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A씨의 학교 뿐만이 아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에서 활동 중인 최원영 서울대학교 간호사는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제보받은 곳이 일곱군 데 정도 된다”며 추가 사례를 언급했다.

최 간호사는 “그렇게까지 해서 배워야 될 정도로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며 “실제로 이 실습 때문에 장 트러블을 겪었다는 학생도 있고 정신적인 충격도 상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들어온 제보 중에) 치질 환자인데 실습 도중 친구들이 ‘얘는 항문이 왜 이래?’라는 말을 해 부끄러웠다는 사람도 있고, 생리 기간 중 피가 나오는데 그냥 대충 휴지로 틀어막은 채 진행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