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승민, 고맙고 미안하다!” 오늘도 ‘기합’ 투구 던진다

입력 2018-09-26 09:35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펼쳐진 25일 부산 사직야구장. 롯데가 8-7로 역전에 성공한 8회초다.

구승민(28)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NC 첫 타자 이원재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박민우에겐 볼넷을 내줬다. 권희동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위기 상황, 나성범을 자동 고의사구를 내보냈다. 1사 만루다. 모창민은 4구만에, 스크럭스와는 6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두 타자를 모두 삼진 아웃시켰다. 만약 점수를 내줬다면 롯데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상황이기에 구승민의 삼진 퍼레이드는 승리를 지켜낸 것과 다름없었다. 홀드 기록이 주어졌다.

구승민은 이날 등판으로 3경기 연속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선 1이닝 동안 안타 1개를 내주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홀드가 따라왔다. 그러나 23일 삼성과의 경기에선 1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내주며 2실점했다. 패전투수가 됐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혹사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구승민은 25일 경기에도 꿋꿋하게 마운드에 선 것이다.

프로 6년차인 구승민은 올 시즌 55경기에 등판해 6승3패11홀드, 평균자책점 3.43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출전 기록이 2014년 1경기, 2015년 11경기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무야구단을 제대한 뒤 그는 달라졌다. 그리고 롯데의 마당쇠가 됐다.

올해 처음 호투를 펼쳤을 땐 찬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근 몇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혹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작 구승민 본인은 야구를 할 수 있는 지금이 좋다고 한다. 아프지 않아서 좋다고도 했다.

지금 롯데에겐 여유가 없다. 127게임을 치러 57승 2무 68패다. 5위 KIA 타이거즈와는 4.5게임차다. 솔직히 따라 붙기가 쉽지 않은 게임차다. 총력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36세 마무리 손승락도 연투를 이어가고 있다.

두 투수을 보노라면 고맙고 미안하다. 이제 17경기가 남았다. 불펜 투수도 인간이니만큼 언제나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가을 야구를 위해선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한 상황에서 불펜 방화는 치명적임을 잘 안다. 그러기에 구승민은 격한 기합과 함께 오늘도 공을 뿌린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