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몸값 기준, 왜 80억이지?” KBO, 근거없이 일방적 제시

입력 2018-09-26 09:02

KBO가 FA상한제 도입을 밀어붙일 태세다. 선수 몸값을 ‘4년 80억원’으로 제한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실행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했고, 10개 구단이 합의한 것인 만큼 강행하겠다는 의사가 엿보인다. 선수들이 원했던 FA취득연수 제한과 등급제라는 당근책도 교묘하게 곁들였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80억원’이라는 기준이 도대체 어떤 근거로 나왔는지 궁금하다. 꺽이는 숫자인 100억원도 아니고 말이다. 4년 150억원을 받은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를 비롯해 14명이 이 기준을 넘었다. 그리고 올해 최고의 FA대박이 기대되는 두산 베어스 양의지의 경우 그 동안 100억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게 야구팬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KBO는 80억 기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정운찬 총재가 지난 12일 FA제도 개선을 슬쩍 시사한 게 전부다. KBO가 밀어붙이려면 명분과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왜 80억원으로 기준을 정했는지부터 밝히는 게 순리다. 어떤 자료를 근거로 했는지 이 같은 계산이 나왔는지 알아야 모두를 설득할 수 있다. 단지 10개 구단들이 이를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밀어붙인다면 야구팬들의 거센 역풍에 직면할 게 뻔하다.

다음으로 의견 수렴 과정이다. 지난해 문재인정부의 탈원정정책 바람이 불 때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졌다. 두달여간의 논의 끝에 공사는 재개됐고, 탈원전 정책은 계속 추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부는 반발했지만 대부분은 수긍했다.

KBO가 FA제도 변경에 대해 누구에게 의견을 들었는지 알고 싶다. 10개 구단 수뇌부와의 만남에서 결정된 것이라면 전형적인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프로야구의 근간은 야구팬이다. 이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제도를 일방적으로 고친다면 군사독재 시절과 무엇이 다른지 되묻고 싶다.

그리고 80억원 기준을 밀어붙이기에 앞서 구단들을 견제하고 단속할 장치는 마련했는지 알고 싶다. 양의지 개인에겐 미안하지만 80억원 제한을 받게 되면 더 많은 돈을 주려는 타 구단으로의 이적을 생각할 수 있다. 뒷돈 거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강력한 구단 견제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80억원 제한을 밀어붙인다면 사실상 사문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야구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잠실 야구장이든, 마산 야구장이든 그 곳에서 야구팬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우선이다. KBO의 이같은 일방적 행정이 계속된다면 야구팬들은 분노를 넘어 은퇴로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80억원의 근거를 제시한 뒤 이를 공론화해 적절한 해법을 찾은 뒤 추진하는 게 올바르다. 몸값 논란의 핵심은 선수 개인이 아니라 구단에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FA시장을 문란하게 만든 주체는 성적 지상주의에 빠진 구단이다. 선수 몸값은 시장에서 자유로이 결정돼야 한다. KBO는 더 이상 10구단의 대변인 노릇을 그만할 때가 됐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