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화자찬에 웃음바다 된 UN총회

입력 2018-09-26 08:21 수정 2018-09-26 09:5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의 연설대에 섰다.

그는 형식적인 인사말로 34분 50초에 걸친 유엔총회 연설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느리면서도 또박또박한 음성으로 “오늘 나는 유엔총회에서 우리가 달성한 엄청난 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한 지 2년도 안 됐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역사상 거의 어느 행정부보다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화자찬했다.

해프닝은 그 대목에서 일어났다. 연설을 시작한 지 51초가 지난 시점이었다.

의석에서 웅성거리는 낮은 소리가 들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라고 말하다가 연설을 멈췄다.

그리고는 소리가 들린 의석을 향해 고갯짓과 눈짓을 한 뒤 “사실이다(So true)”라고 조용히 반박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웃음소리가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멋쩍은 듯 웃으며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괜찮다”고 말했다.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뒤 “미국의 경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라고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유엔총회장의 웃음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비판적으로 접근했다.

CNN방송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남북전쟁 관리, 우드로 윌슨 대통령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1·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 재건 등에 비춰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은 불충분하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웃음거리가 된 것은 이것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폴란드가 주도하는 발틱해의 파이프라인 건설을 언급하면서 독일이 완벽하게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고 말했을 때 총회장에 있었던 독일 대표단이 더 크게 웃었다고 지적했다.

WP는 과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썼던 트럼프 대통령이 썼던 트위터 글을 거론하며 에둘러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웃음거리 아닌 대통령을 원한다”, “국제사회는 미국을 보고 웃고 있다”는 트위터 글을 올렸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