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그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들이 감사하다”고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게도 특별한 감사함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는 1년 만에 이뤄진 극적인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발언으로 한반도 전쟁 공포는 극으로 치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면서 “로켓맨이 자신과 자신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1년 사이에 ‘완전 파괴’는 ‘대담한 평화’로 달라졌고, ‘로켓맨’은 고마운 김 위원장(Chairman Kim)이 됐다.
34분 50초에 걸친 올해 유엔총회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이슈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자들에 대한 인사와 미국 경제호황 등 트럼프 행정부의 치적을 자화자찬한 뒤 사실상 첫 이슈로 북한 문제를 꺼냈다. 북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분 정도 연설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나와 김 위원장은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그 회담 이후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여러 고무적인 조치들이 짧은 시간 동안 이뤄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평소 자신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북·미 대화 성과를 유엔총회장에서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사일과 로켓은 더 이상 날라 다니지 않고, 핵실험은 중단됐다”며 “미국인 억류자들이 풀려났고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영웅들의 유해가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았다”면서 “(대북) 제재는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계속 시행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선언이나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를 언급하지 않으며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한과의 대화에는 의지를 나타나면서도 제재를 빼놓지 않는 투트랙 전술을 이어갔다는 분석이다.
북한 측 반응도 1년 만에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자성남 당시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을 시작하기 전 회의장을 나서며 사실상 연설을 보이콧했다.
하지만 최근 부임한 김성 북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올해 연설을 경청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