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성’ 박병은의 존재감… 관객을 숨쉬게 하는 자유로움

입력 2018-09-25 18:30 수정 2018-09-25 22:13
영화 ‘안시성’에서 환도수장 풍 역을 맡은 배우 박병은. 그는 1달 반 이상의 액션 수업을 거쳐 20㎏가 넘는 갑옷을 입고 강도 높은 액션신을 소화해냈다. NEW 제공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하게 됐어요.”

영화 ‘안시성’ 촬영 당시 배우 박병은(41)은 이런 얘기를 했었다. 지난해 11월 가진 인터뷰에서였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tvN)를 통해 현장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됐다는 그는 ‘안시성’ 촬영에도 그런 긍정적 영향이 전이되고 있다고 했다.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완벽주의’였던 그가 부담감을 내려놓고 연기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그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했는데도 카메라를 잘 알지 못했나 봐요. 내 몸짓과 말과 행동이 이전보다 훨씬 자유로워졌더라고요. 꾸밈없이 연기하게 됐어요. 앞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박병은의 이런 변화는 ‘안시성’에서 여실히 빛을 발한다. 극 중 검을 쓰는 환도수 부대의 민첩한 수장 풍 역을 맡은 그는 아주 유연한 솜씨로 극에 녹아든다. 유쾌함과 진지함 사이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며 극의 분위기를 조율하는 역할까지 해낸다.


장대한 액션이 휘몰아치는 영화에서 그는 반가운 쉼표를 찍어준다. 자칫 진지하거나 무거워질 수 있는 흐름에서는 여지없이 ‘박병은표’ 너스레가 튀어나온다. 특히 라이벌인 부월수장 활보(오대환)와 투닥거리는 장면에서는 남다른 재치와 순발력이 돋보인다.

시나리오 상에서 풍은 코믹함이 가미된 인물이 아니었다.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했을 때 가벼운 톤을 지닌 인물이 필요할 거란 판단에서 박병은이 직접 캐릭터를 입체화한 것이다.

박병은은 “시나리오에선 코믹적인 요소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극적으로 봤을 때 중간중간 환기를 시켜주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감독님께서 흔쾌히 받아주셔서 풍 캐릭터가 완성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저는 개인적으로 코믹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면서 “(유쾌함의) 수위도 적절하게 나온 것 같다. 배우들과 많이 친해졌는데, 밝고 유쾌했던 현장에서의 모습이 영화에 자연스럽게 배어나온 것 같다. 너무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했다.


‘안시성’은 5000명에 불과한 병력으로 당나라 20만 대군에 맞서 승리한 고구려 안시성 전투를 소재로 한 액션 블록버스터. 박병은을 비롯해 조인성 남주혁 배성우 엄태구 김설현 오대환 등이 호흡을 맞췄다.

장엄하게 펼쳐지는 액션 속에서 각 캐릭터들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는 추석 연휴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