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어 美도, “미얀마가 로힝야족 계획적으로 학살했다”

입력 2018-09-25 16:47
미얀마군으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로힝야족 전통 차림의 여성이 지난해 11월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 난민 토벌을 핑계로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과 고문, 성폭행을 자행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AP뉴시스


유엔이 이어 미국도 미얀마 정부군이 미얀마 내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에게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잔혹행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유엔보고서와는 달리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묘사하지는 않았다.

미 국무부는 20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에서 발생한 폭력사태는 극단적이고 규모가 크다. 로힝야족에게 겁을 줘 몰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직 정식으로 발표되지 않은 이 보고서는 미얀마군 공격을 피해 방글라데시 난민캠프로 망명한 로힝야 난민 1024명을 면접 조사해 작성됐다.

보고서에는 “미얀마군 작전은 주도면밀하게 계획되고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며 “사람들을 집에 가둔 채 불을 지르거나 마을을 완전히 봉쇄한 채 총격을 가했고 수백 명의 난민을 태운 보트를 침몰시키는 등 대규모 희생을 유발하는 전략을 썼다”고 분석했다. 국무부 보고서는 “미얀마군이 4명의 소녀를 납치한 뒤 손발을 묶고 사흘간 집단 성폭행했다. 그들은 엄청난 출혈로 인해 반은 죽은 상태였다”는 난민 증언도 소개했다.

미 국무부 보고서는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익명의 국무부 고위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조사의 목적은 집단학살 여부를 규정하기보다는 잔혹 행위 책임자에 대한 (미국의) 정책에 반영할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미얀마군의 행위를 집단학살로 규정할지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의지에 달려 있으며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달 27일 공개된 유엔 보고서는 이 사건이 집단학살극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유엔 보고서는 미얀마군이 사태 발생 초기 2개월간 학살한 로힝야족 수만 1만여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유엔 진상조사단은 이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등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토벌 과정에서 로힝야족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한 혐의를 받는다. 70만 명이 넘는 난민이 학살을 피해 이웃한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이후 미얀마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성폭행과 방화 등을 일삼았다는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군과 정부는 국제사회의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