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함구하면서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종전선언 등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한 정상 간 논의가 있었던 만큼 회담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양 정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계속 견인하기 위해 미국의 상응조치 방안을 긴밀히 협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며 “대북 제재를 계속하는 한편 북한이 비핵화에 응할 경우 얻을 수 있는 밝은 미래를 보여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견인하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이는 처음 미국에 공개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 모든 내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밝은 미래’ 표현은 지난해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할 때 한·미 정상이 자주 언급했던 표현이다. 북한이 모든 도발을 중지한 상태에서 다시 언급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대한 보상이 전무한 상황을 두고 반발하는 상황에서 경제협력 재개 등 단계적 보상 방안을 한·미 정상이 논의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에 합의한 바 있다. 청와대는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언급 여부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 시기 문제를 한·미 정상이 깊이 논의했다고 밝히면서 남·북·미 3자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연내 서울 답방을 약속한 만큼 서울 3자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3자 정상회담이 아니더라도 서울·판문점·평양 등 정부 영향이 미치는 장소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해석도 있다.
회담 결과가 부정적이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결과가 좋거나 나쁘다는 문제가 아니라 이번 회담이 대단히 중요하고 결정적인 회담이기 때문에 최대한 말을 줄이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북·미 협상 재개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서 자칫 말 한마디로 어려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회담에 대한 총평을 묻는 질문에도 “평가마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오는 26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일부 설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뉴욕=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