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차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마련한 북·미 대화 재개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중차대한 하루를 시작한다. 문 대통령은 24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일곱 번째(한·미·일 정상회의 포함) 정상회담을 갖는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하고, 종전선언 등 북한의 조치에 따른 미국의 상응조치를 설득할 예정이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을 위한 문 대통령 구상의 향배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전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며 “비핵화 여정이 시작된 이후 가장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고 합의한 비공개 비핵화 로드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은 일괄 신고→사찰→검증 절차 대신 동창리 미사일실험장과 영변 핵시설 등 특정 시설에 대한 패키지 신고·사찰·검증에 합의한 바 있다.
전체 시설에 대한 단계별 검증 방식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각 단계별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핵심 시설을 분리 대응하면 집중적인 검증을 통해 속도를 낼 수 있고, 주요 핵시설의 조기 불능화가 가능하다. 반면 미국이 그동안 북한에 선제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던 점에 비춰보면 접근 방식만 달라졌을 뿐 미국에게 ‘행동 대 행동’의 상응조치를 요구한다는 점에선 큰 차이가 없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비공개 면담 내용은 이날 공개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비핵화 협상이 북·미 간 의제인 만큼 문 대통령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일단 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도 예정돼 있지 않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트럼프 대통령 설득 여부는 향후 미국의 움직임을 보며 판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재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추가 방북, 북·미 실무협상 재점화 일정이 추진된다면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11월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면 북핵 문제가 트럼프 행정부 국정의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상 간 전격적인 합의가 이뤄진다면 예정에 없던 언론 발표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밤잠도 미루고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한 문 대통령은 앞으로 약 10시간 동안 막바지 회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