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섬나라 몰디브 대선에서 23일(현지시간) 야권 연합 후보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 후보가 압둘라 야민 현 대통령을 제치고 승리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하지만 야민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 몰디브의 정정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솔리 후보는 개표가 94.4% 진행된 가운데 58.3%의 득표율을 얻어 야민 대통령을 16.6%포인트 앞질렀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행복의 순간, 희망의 순간,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권력이양이 순조롭게 이뤄지기를 야민 대통령과 친정부 세력들에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현재 몰디브 민주당(MDP)을 이끌고 있는 솔리 후보는 국제사회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정치인이다. 처음으로 민주적 절차가 보장됐던 2013년 몰디브 대선에서 승리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과 1978년부터 2008년까지 ‘독재 정치’를 펴온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동생인 야민 대통령에 비하면 뚜렷한 정치 경력이 없다. 다만 과거 나시드 전 대통령과 다당제 도입에 힘쓰는 등 그와 가까운 사이였던 점이 이번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야민 대통령이 편법을 동원해 권력 이양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올해 초부터 재선을 위해 야권 인사를 수감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등 독재 정치를 일삼았다. 지난 2월에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테러와 부패 혐의로 체포했다. 대법원이 징역형을 선고받고 영국으로 망명한 모하메드 나시드 전 대통령 등 야권 인사 9명에 대해 대법원이 재심과 석방 등을 명령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대선 취재를 막기 위해 외신 기자의 비자 발급 요건을 강화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야민 대통령은 11월7일까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또 다시 비상사태를 선포하거나, 선거결과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