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이드는 프리에이전트(FA)와 스테로이드의 합성어다. 시즌을 마치고 FA계약을 앞두고 있는 선수들이 금지약물인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것과 비슷하게 어마어마한 성적을 낸다고 해서 생긴 단어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송광민(35)도 올 시즌이 끝나면 프로 입문 11년만에 FA 자격을 얻게 된다.
커리어 하이 수준은 아니지만, 꾸준함만은 올해도 이어가고 있다. 107게임에 출전해 415타수 127안타 타율 3할6리를 기록하고 있다. 홈런 17개, 75타점, 61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기록이 말해주듯 초특급은 아니지만, 투자 대비 성과를 낼 수 있는 선수다.
이 같은 사실을 23일 KIA 타어거즈와의 홈경기에서 입증했다.
송광민은 3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해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그 1안타가 바로 만루 홈런이다. 6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KIA 구원 투수 팻딘의 6구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시즌 17호 홈런이다. 이 중 3개가 만루홈런이니, 만루홈런의 사나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한화는 송광민의 한 방에 힘입어 8-6 역전승, 2위 SK에 다시 1.5경기 차이로 따라붙었다.
1회 헛스윙 삼진, 3회 우익수 뜬공, 5회 1루 직선타로 물러난 송광민이었지만
송광민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가 만루포를 친 것도 좋지만 팀이 이긴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누가 안타를 치든 홈런을 치든 볼넷을 얻은 팀이 이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평소 한화에서 은퇴하는 게 꿈이라고 말해왔다. 팀을 가장 우선시하는 송광민은 알짜배기 FA가 될지 모른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