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아들 먼저 떠나보낸 할머니 경찰 도움으로 극적으로 아들 묘 찾아

입력 2018-09-23 20:35
이모(79) 할머니가 23일 부산에서 30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나보낸 아들 묘를 경찰관과 함께 찾고 있다. 뉴시스

부산에서 추석을 맞아 30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나보낸 아들 묘를 찾아왔다가 찾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던 이모(79) 할머니가 경찰의 도움으로 아들 묘를 찾았다.

23일 부산 해운대구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반석파출소로 이 할머니가 찾아왔다. 이 할머니는 “30년 전 죽은 아들 묘를 찾고 있는데 너무 오래돼서 찾기 힘들다”고 말하며 약도가 그려진 종이와 낡은 사진 한 장을 경찰에게 보여줬다.

이 할머니는 30년 전 낳은 늦둥이 아들을 안타깝게 잃은 슬픔을 잊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최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추석을 맞아 먼저 보낸 아들이 그리워 추석에 묘라도 보고 싶었지만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할머니의 간절한 부탁을 받은 이승찬 경위는 할머니가 아들 묘를 꼭 보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에 약도와 30년 전 묘 사진을 들고 인근지역을 찾기 시작했다.

이 경위와 동료 경찰관들은 1시간 30분이 넘도록 반송동 여러 묘역을 둘러봤지만 이 할머니 아들 묘를 찾지 못했다. 때마침 주변 지리를 잘 아는 동네 주민을 만날 수 있었고 사진 속 묘와 비슷한 장소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 경위 등은 2시간여 동안 다시 찾아 헤멘 끝에 이 할머니의 묘를 찾을 수 있었다.

30년 만에 아들 묘를 마주한 이 할머니는 “추석에 너무 큰 선물을 받았다”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 경위는 “이 할머니를 다시 모시고 내려오고 싶었지만 30년 만에 다시 만난 아들 묘에 더 머물고 싶다고 해서 연락처를 남기고 철수했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