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에 있어 모든 결과에는 책임이 따른다. 물론 보상도 있다. 신상필벌의 원칙은 어디에나 적용된다. 혹여 자신의 잘못이 없더라도 아랫 사람의 잘못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는 고위층의 모습을 정치권에선 흔히 본다.
프로야구 세계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10명의 선택된 사람들이 오르는 감독 자리지만 그들 또한 결과에 따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적게는 10경기, 많게는 1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많은 감독들이 성적표 결과에 따라 생존과 퇴출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10개 구단 감독 중 내년에도 볼 수 있는 이는 누굴까. 거꾸로 내년에는 볼 수 없는 안타까운 이는 누굴까.
우선 129게임을 치러 53승 2무 74패에 머물러 있는 KT 위즈 김진욱 감독이다. 이대로라면 4년 연속 꼴찌가 유력하다. 4년 88억원에 황재균(31)을 붙잡았다. 라이언 피어밴드 88만 달러, 더스틴 니퍼트 65만 달러, 멜 로하스 주니어 90만 달러를 주며 타 구단 못지 않은 외국인 투타 라인업도 구성했다. 고졸 신인 강백호에게 계약금 4억5000만원도 안겨줬다. 그런데도 꼴찌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내년까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자리 보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9위 NC 다이노스 유영준 감독 대행도 자리 보전이 쉽지 않아 보이는 감독 중 하나다. 지난 6월 김경문 전 감독 퇴진 뒤 감독 대행을 맡으며 팀을 잘 수습했다는 평가는 받고 있지만 결과가 좋지 않다. 임명 당시부터 경험 문제가 거론된 만큼 프로야구 코치 또는 프런트 경험을 갖춘 새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8위 롯데 자이언츠의 조원우 감독은 지난해 정규시즌 3위라는 성적을 기반으로 해서 2020년까지 감독 자리를 보장받고 있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80억원에 민병헌을 데려오고, 98억원에 손아섭을 주저앉혔지만 결과는 지난해에 비해 다섯 계단 아래다. 투수 운용이나 작전 구사에 있어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팬들 사이에선 교체 여론이 높다. 5강 진출여부보다는 잔여 19경기에서 보여줄 조 감독의 지략이 생존 여부를 판가름지을 것으로 보인다.
7위 삼성 라이온즈 김한수 감독은 내년 시즌까지 감독 계약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위에 이어 올 시즌도 7위 이하에 머문다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로선 잔류 쪽에 무게가 가 있지만 최근 경기력을 계속 보여준다면 여론이 돌아설 수 있는 만큼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6위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요즘 가장 답답할 것이다. 6연패는 물론 잠실 라이벌인 두산 베어스에 15연패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다. 류 감독은 올 시즌 LG와 3년 계약을 맺었다. 쉽게 감독 교체가 이뤄지지 않겠지만 최근 경기력이 계속된다면 비판 여론이 구단에 굉장한 압박 요인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상위권 성적을 내고 있는 팀들의 감독들은 교체가 없을 전망이다.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내년까지 자리가 보장되어 있다. 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은 올 시즌 2년 계약이 끝나지만 구단으로선 붙잡을 공산이 크다. 지도력을 인정받기에 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와 일본 진출을 노릴 경우 새 감독을 내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밖에 초보 감독인 3위 한화 이글스의 한용덕 감독, 4위 넥센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 5위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은 안정권에 들어 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감독 교체 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감독에게만 지워서는 안 된다. 프런트도 동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스카우트부터 팀 관리까지 맡고 있는 구단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약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과 다름없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