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구원창문외과 대표원장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추석 연휴 해외여행객도 역대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리라는 보도도 있고, 차례를 지내러 귀향하려는 차량으로 벌써 고속도로는 꽉 막혔다는 소식도 있다.
해외여행을 하든 명절 차례를 지내든 어찌 되었든 긴 연휴에는 몸도 마음도 피곤해질 수 있다. 그렇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고 또한 즐거움이 있는 일들이니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 좋겠다.
몸과 마음이 피곤해지면 우리의 장운동도 영향을 받는다. 변비가 생긴다든가 장이 예민해져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할 수도 있다. 또한 과식하면 우리 몸은 장 내용물을 빨리 내보내기 위하여 장운동을 활성화시켜 빠른 처리를 하려 하고 음주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많으면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스트레스 상황은 면역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명절에는 위장관이나 항문에 탈이 나는 경우도 흔하다.
변비로 인해 콩알처럼 딱딱한 치핵 덩어리가 갑자기 생기기도 하고 배변 시 찢어지며 피가 나는 치열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는 따뜻한 물로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처음에는 항문 주변이 묵직한 느낌이 들다가 점점 쿡쿡 쑤시는 통증으로 변하게 되며 열감이 느껴지게 되면 항문주위농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보통 치질은 만성병이라고 하지만 항문주위농양은 급성질환이고 빨리 병원으로 가서 절개하여 배농을 시켜줘야 한다. 며칠 염증이 진행되면 염증이 크게 번지면 항문 주변에 복잡한 형태의 치루관이 형성되어 난치성의 치루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긴 연휴에는 차량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게 마련인데, 차량에 오랜 시간 앉아있는 자세는 혈액순환을 나쁘게 한다. 또한 길이 너무 막히면 변을 오래 참아야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운전자는 동승자들도 생각하여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러 간단한 체조도 하고 화장실에도 미리미리 들르도록 배려하는 것이 연휴 기간 운전의 매너라고 할 수 있겠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