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쪽방촌에 전한 사랑의 메시지, “행복 가득한 한가위 되세요”

입력 2018-09-22 09:27
최기학 한국교회총연합 공동 대표회장(왼쪽)과 정성진 한국교회봉사단 공동 대표회장(오른쪽)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가정을 찾아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선물 봉투에 도시락과 양말을 한 개씩 넣으시면 됩니다. 양말은 남성과 여성용이 다르니 봉투에 표시를 해 두셔야 나중에 혼란이 없습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 본당에 모인 자원봉사들이 안내를 듣자 일사불란하게 포장에 나섰다. 분주한 이들의 표정에선 환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과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공동으로 주최한 한가위 사랑의 선물 나눔 행사는 쪽방에 전달할 선물을 포장하는 일부터 시끌벅적하게 시작됐다. 양 기관은 쪽방 500곳을 방문해 한국교회의 사랑이 담긴 선물을 나눴다.

포장과 전달에 참여한 이들은 서울 은평성결교회와 경기도 거룩한빛광성교회 교인들이었다. 협소한 공간에서 긴 시간 동안 포장을 한 봉사자 60여명의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맺혔다. 포장을 마친 뒤엔 선물 꾸러미를 들고 좁은 골목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길 반복했다. 봉사자들은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어두침침한 쪽방을 방문해 선물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뜻밖의 손님을 맞은 주민들은 반색했다. 정신분열증으로 투병 중인 김성근(59)씨는 “취미가 그림그리기인데 머리가 많이 아파 작업을 이어가는 게 쉽질 않다”면서 “쓸쓸하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을 방문해 선물도 주고 기도도 해 주셔서 무척 감사한다”고 전했다.

한교봉과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들도 심방에 동참했다. 정성진 한교봉 공동 대표회장은 “빌딩이 높아질수록 이면의 그림자는 짙고 깊어진다”면서 “동자동에 소외된 이웃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들의 형편을 살피는 게 기독교인들의 사명”이라고 밝혔다. 최기학 한교총 공동 대표회장도 “한가위가 가난한 이웃들에겐 오히려 쓸쓸한 시간이 되기 쉽다”면서 “교회가 이 분들과 함께 아파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달려왔다”고 말했다.

동자동은 1200개의 쪽방이 흩어져 있는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쪽방촌이다. 한교봉은 7년 전부터 추석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의 대표적 쪽방촌인 동자동과 돈의동을 찾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교총과 협력해 한국교회 전체의 행사로 규모를 확대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