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금감원 부원장이 사채업자와 주가 조작… ‘158억’ 챙겼다

입력 2018-09-21 17:34 수정 2018-09-21 17:42
자료사진=픽사베이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사채업자와 짜고 주가를 조작해 15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박광배 부장검사)은 코스닥 상장사를 무자본 인수·합병(M&A)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디스플레이 제작업체인 D사 전 회장 박모(62)씨와 사채업자 서모(49)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앞서 이들과 범행을 공모한 P투자조합 대표 정모(60)씨를 지난달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 결과 금감원 부원장을 지낸 박씨는 정씨와 공모해 2016년 P투자조합 명의로 D사를 인수했다. 인수대금 200억원은 투자조합의 자기자본이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실제 이 돈은 사채업자인 서씨에게 빌린 돈과 차명 투자자금이었다.

이들은 D사의 전환사채를 인수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P투자조합이 100억 원의 전환사채를 인수하는 것처럼 허위로 공시한 혐의도 받는다. 또 서씨와 공모해 서씨가 운영하는 회사가 100억 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하는 것처럼 허위로 공시하고, 원래 D사가 신규 투자를 받아 보톡스 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호재성 공시가 이어지자 2016년 3월 10일 9750원이던 D사의 주가는 같은 달 30일 2만9200원까지 뛰었다. 박씨 등은 이 같은 수법으로 158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와 정씨는 회삿돈에도 손을 댔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회삿돈 63억9000만원을 담보 설정 등 적절한 조치 없이 임직원 대여금 등 명목으로 빌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회삿돈 48억원을 빼돌려 채무 변제와 주식 매수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인수자금을 댄 사채업자 등이 담보로 받은 주식을 처분하면서 주가가 급락해 다수의 일반투자자가 큰 손해를 입었다”며 “추징보전 조치를 통해 이들의 예금 등 80억 상당의 재산을 확보하고 나머지 부당이득을 모두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