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고가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애플은 21일부터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 애플워치 시리즈4 등의 글로벌 시장 판매에 돌입했다. 그런데 출시 초반 늘 판매 돌풍을 일으켰던 과거와 달리 올해 초반 신형 아이폰 분위기는 미지근하다.
미국 IT전문매체 씨넷은 이날 전 세계 애플 매장 중 가장 먼저 문을 연 호주 시드니 매장의 소식을 전하면서 “아이폰Xs를 사려는 줄이 지난해보다 줄었다”고 보도했다. 씨넷은 “매장 오픈 30분 전에 약 65명이 줄을 서 있었다”며 “이는 확실히 적은 숫자”라고 덧붙였다.
아이폰Xs는 지난 12일 공개 이후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가 A12 바이오닉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 나온 아이폰X와 디자인, 기능 등에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X보다 화면을 더 크게 한 아이폰Xs 맥스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높였다. 아이폰Xs 맥스는 512GB 모델 가격이 1499달러(약 160만원)에 달한다. 부가가치세와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국내 판매 가격은 200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애플의 자신감은 지난해 아이폰X의 성공 때문이다.
아이폰X은 64GB 모델이 999달러, 256GB 모델은 1149달러에 출시됐다. 기존 아이폰보다 가격이 높아졌지만 애플의 수익은 더욱 좋아졌다. 충성 고객이 많은 덕분에 가격을 높여도 저항감 없이 구매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쿡은 ‘가격이 너무 높다’는 비판에 “대부분 사람들이 통신사와 약정을 맺고 매달 할부를 하고 있다”며 “폰 가격이 1000달러가 넘어도 매달 내는 돈으로는 30달러, 하루 1달러 정도”라고 가격이 높지 않다고 항변했다. 쿡은 “당신의 폰은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비디오 플레이어 등 다른 기기들을 대체했다”면서 “아이폰이 비싼 만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은 아이폰Xs보다 함께 공개된 아이폰Xr에 더 높은 상황이다. 아이폰Xs의 예약 판매가 아이폰X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아이폰Xr을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이폰Xr은 10월 말 출시 예정이며 아직 예약 판매도 시작하지 않았다.
애플 전문매체 나인투바이브맥은 대만 디지타임스를 인용해 애플이 아이폰Xr 수요가 높을 것으로 판단해 발주량을 늘렸다고 보도했다. 10월 말 출시되는 초도 물량은 2000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이폰Xr의 가격은 649~899달러로 아이폰Xs보다 저렴하다.
애플 입장에서는 아이폰Xr로 판매량을 늘리고, 아이폰Xs로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하지만 아이폰Xs가 지난해 아이폰X만큼 팔리지 않으면 애플의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량에 관심이 쏠린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