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도루왕 타이틀 경쟁은 치열한 4파전 양상이다. 박해민(삼성 라이온즈·32개)이 21일 기준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혜성(넥센 히어로즈·29개), 이용규(한화 이글스), 로저 버나디나(KIA 타이거즈·이상 28개)가 뒤를 잇고 있다. 네 선수 모두 리그를 대표하는 ‘대도’로 꼽히지만 올 시즌 도루왕은 역대 최소 기록과 함께 타이틀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다. 타고투저 현상에 장타를 추구하는 빅볼 시대에 도루에 능한 선수들이 다소 움츠린 결과다.
지난 3년 연속 도루왕(2015~2017)을 차지한 박해민은 생애 네 번째 타이틀에 도전 중이다. 도루왕을 밥 먹듯 한 박해민은 2015년 60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생애 첫 도루왕에 도전장을 내민 김혜성은 넥센표 ‘발야구’를 이끌고 있다. 2012년 도루왕 이용규는 6년 만에 타이틀 탈환을 노리고 있다. 당시 그는 커리어 최다인 44도루로 부문 1위에 올랐다. 올해 노장 리드오프로 활약하며 한화의 상위권 유지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장타의 효율성 때문에 리그에 필요 이상의 도루를 시도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도루 시도에 따른 부상 위험 때문에 박해민은 출루한 뒤 손가락 부상 방지를 위한 장갑을 끼기도 한다. 지난해 박해민은 40도루로 도루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는 역대 도루 1위의 한 시즌 최소 기록이었다. 1994년 이종범의 역대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84개)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난다.
최근 KBO리그 도루 관련 기록을 살펴보면 감소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리그 도루 성공 개수는 1024개였는데, 지난해 778개로 급감했다. 도루 시도횟수는 2014년 1460회,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728회, 1605회였다. 지난해에는 1185회로 도루 시도 자체가 줄었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기준 리그에서 총 1187번의 도루 시도가 있었고, 825개가 성공했다.
반면 홈런 개수는 급증하고 있다. 리그 홈런 수는 2014년 1161개에서 2015년 1511개로 크게 뛰어올랐다. 올해는 1551개가 나왔는데, 지난해 역대 최다 기록(1547홈런)을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되고, 부상 위험이 있는 도루보다 강공을 통한 득점을 노리는 게 최근 KBO 리그의 분위기”라고 입을 모은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