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영구폐기의 조건으로 ‘상응 조치’를 요구한 것에 대해 ‘선(先) 비핵화’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제안을 거절했다기보다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압박용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 간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북한이 추가 비핵화 조치 이전에 미국에 상응 조치를 요청한 것과 관련 “어떤 것도 비핵화 없이 일어날 수 없다”며 “비핵화가 먼저”라고 밝혔다. 상응 조치로 해석되는 종전선언, 북·미 관계 정상화보다 적극적인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는 제시되지 않았던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에 대해서는 “IAEA 사찰단과 미국 사찰단이 참여한다는 건 ‘공유된 인식(shared understanding)’”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 해체 상황에서 IAEA가 사찰단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라며 “이러한 인식은 다른 나라들과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변 핵 사찰과 관련, 사찰의 주체에 대한 남·북·미 간 숨은 약속의 존재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는 대북 제재 방침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대북 제재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며 “미국만 강력한 제재를 원하는 게 아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꼭 이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날 프레데릭 달 IAEA 대변인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검증할 준비가 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다. 이어 “아마노 유키아 IAEA 사무총장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밝힌 성명에서 여러 번 언급했듯, IAEA는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은 성명을 내고 “북측 특별대표단을 오스트리아 빈으로 초대해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대한 빨리 만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빈에는 IAEA 본부가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