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알몸 노출 인권 침해’ 논란에 결국 사과한 ‘MBC 숨바꼭질’

입력 2018-09-21 00:01
방송 영상 캡처

남성차별 논란에 휩싸인 MBC 드라마 ‘숨바꼭질'에 대해 제작진이 사과했다. 지난 방송에서 여자 주인공 ‘민채린(이유리)’이 남자 목욕탕에 들어가는 장면을 두고 “남성 인권은 침해해도 되는거냐”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나왔기 때문이다.

‘숨바꼭질' 제작진은 20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논란이 된 남탕에 장면에 대해 “의도와 달리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안기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과한 설정이었다는 시청자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는 더 예민하게 느끼고, 치열하게 고민해 균형 있는 제작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제작진은 또 “논란이 되는 해당 장면은 '민채린'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통념을 깨는 과정을 그리기 위한 의도로 촬영됐다”고 해명했다.


문제의 장면은 8일 방송한 제7~8회에서 나왔다. 여자 주인공 민채린이 자신을 향한 음모의 배후를 캐내기 위해 남자 목욕탕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을 담고 있다. 하지만 민채린이 목욕탕 내부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알몸으로 목욕중이던 남성들의 모습이 일부 흐리게 처리된 채 그대로 노출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당한 여주인공에 비해 해당 영상에서 남성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허둥지둥대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숨바꼭질’ 시청자 게시판에는 항의가 쏟아졌다. 한 시청자는 “남자는 여자에게 몸을 보이는 행위 자체가 ‘남자는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했고, 다른 시청자는 “생각이 있는 거냐. 남녀 인권 문제가 화제인 요즘 이건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썼다. 또 “여성이 남탕 들어가는 게 걸크러시냐” “여성만 인권이 있고, 남성 인권은 없느냐”며 제작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글도 있다.

이 같이 온라인에서 며칠간 논란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결국 이날 사과했다. ‘숨바꼭질'은 한국 유수 화장품 기업 상속녀와 그녀의 인생을 대신 살아야만 한 다른 여자에게 주어진 운명을 그리는 주말극이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