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이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다시 긋는 문제를 두고 브렉시트 협상 막판까지 진통을 빚고 있다. EU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북아일랜드를 유럽 단일시장에 남기자고 주장하는 반면, 영국은 EU 측 주장이 영국 주권을 훼손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1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비공식 EU 정상회의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아일랜드 국경 관련 영국 제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 사이에 경계선을 두되 통관 및 출입국 절차를 최소화하자는 영국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영국과 EU는 결국 10월로 예정됐던 브렉시트 협상시한을 11월 중순으로 연장했다. 하지만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협상 막판까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회의 후 EU 정상들과의 만찬에 참석해 “영국은 내년 3월 29일 (EU를) 떠날 것”이라며 “우리 모두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협상을 연장하거나 지연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국경 문제에는 역사·경제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아일랜드공화국과 영국령 북아일랜드는 서로 다른 나라에 속한다. 아일랜드 전체는 오랜 기간 영국 식민지였다가 1921년 남부 지역이 독립해 아일랜드공화국이 수립됐다. 반면 북아일랜드는 지금까지 영국 영토로 남아 있다.
하지만 현재 아일랜드공화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에는 사실상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다. 1973년 영국과 아일랜드공화국이 동시에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관세도 적용되지 않아 두 지역은 노동과 서비스, 재화를 자유롭게 교류해 왔다.
영국이 브렉시트로 EU를 떠나면 자유로운 교류가 어려워진다. EU 회원국인 아일랜드공화국과 비회원국인 영국령 북아일랜드 사이에 경계선이 다시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영국으로 수출되는 아일랜드 상품에도 관세가 붙는다. 아일랜드공화국은 전체 수출의 17%를 영국에 의존하고 있어 EU는 회원국인 아일랜드공화국을 보호하기 위해 북아일랜드를 관세동맹 및 단일시장에 남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국은 이 제안이 헌법과 영토의 통합성을 해친다며 반발했다. 로이터통신도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북아일랜드가 EU를 떠나게 된다”며 “이 때문에 국경과 새로운 무역규칙을 점검하느라 또 한 번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북아일랜드 시민들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시행되고 독립 투표가 열린다면 독립에 찬성하겠다는 비율이 52%에 이르렀다. 북아일랜드에서는 아일랜드공화국군(IRA) 등 준군사조직이 비교적 최근까지 영국에 맞서 무장 독립투쟁을 벌여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