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동물 퓨마 ‘뽀롱이’가 인간 손에 길러지다 인간 덕에 탈출했고, 인간 탓에 사살됐다. 때문에 때 아닌 동물원 존폐 논란이 한창이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은 필요하다. 단, 좋은 동물원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18일 대전 오월드에서 몸무게 60kg의 8살 암컷 퓨마가 열려 있는 문을 유유히 걸어나왔다. 대전시는 긴급문자를 발송하며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소방당국과 오월드 측은 처음에는 퓨마를 생포하려고 했다. 그게 매뉴얼이었다.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날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는데, 마취총을 맞은 퓨마는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결국 다음 매뉴얼대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사살을 결정했다.
뽀롱이는 그렇게 엽사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자유를 만끽한 지 4시간30분 만에 완벽한 자유의 몸이 됐다. 지금은 동물원 안에 냉동돼있지만 곧 소각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퓨마가 사살되기까지 모든 과정이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뽀롱이가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여론은 여전히 뜨겁다. 비단 ‘뽀롱이를 왜 죽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은 ‘동물원 없애라’는 청원까지 등장한 상태다.
전채은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20일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해 ‘동물원 폐지’와 관련한 생각을 전하면서 “모든 동물원을 폐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안타깝지만 그들이 돌아 갈 자연생태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자연 생태계에 맞게 해줘야 한다. 좋은 동물원은 종(種) 보존을 잘 하는 동물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전 대표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데 의회의 예산이 들어간다. 당연히 시민의 세금을 쓰는 거니까 왜 예산이 더 필요한지 설명을 해야 하는데 동물에 대해 모르니 설명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런 나쁜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가장 우려되는 건, 동물원의 문제점이 뭔지를 정확하게 알고 어느 부분에서 예산이 필요한가, 뭘 바꿔야 되는가에 대해서 논의가 돼야 되는데 동물원만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상황이다.) 핵심을 들여다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좋은 동물원과 나쁜 동물원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이건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쁜 동물원 중 가장 나쁜 건 동물을 만지게 하고 먹이 주게 하고 공연시키는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동물원 폐지와 관련한 청와대 청원도 언급했다. 전 대표는 “동물을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이 동물원에 가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보고, 정부와 지자체와 의회에 (동물원 지원과 관련한) 많은 청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또 “오히려 이런 동물원은 안 된다, 이런 동물원은 투자가 필요하다 같은 청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