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취임 이후 세 번째 정상회담인 평양회담에서 사실상의 ‘남북 종전선언’이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한반도 비핵화·상호 불가침 의지를 재확인하고 경제협력을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들도 마련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 공동선언문에 비핵화를 명문화하고 연내 서울 방문까지 약속했다. 북한 정상의 서울 방문은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상 이후 65년 동안 없었던 일이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평양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이전 4·27 판문점 정상회담이나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미치지 못했다.
국민일보는 20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데이터앤리서치에 의뢰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에서 만난 지난 4월 27일(이하 1차 회담)과 평양에서 2박3일의 회담 일정을 시작한 지난 18일(이하 3차 회담)의 각 버즈량을 트위터·인스타그램·유튜브·네이버·다음에서 수집해 분석했다. 버즈량은 빅데이터에서 특정 키워드에 대한 언급 횟수를 말한다. 페이스북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수집 대상에서 제외됐다.
키워드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SNS 해시태그에 보편적으로 등장했던 ‘남북 정상회담’ ‘문재인’ ‘김정은’으로 선택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1차 회담에서 56만7214차례, 3차 회담에서 17만3973차례 언급됐다. 3차 회담의 버즈량은 1차 회담과 비교했을 때 3분의1 수준(30.7%)으로 줄었다. 문 대통령의 버즈량은 1차 회담에서 66만1014건, 3차 회담에서 19만7422건으로 집계됐다. 남북 정상회담의 버즈량과 비슷한 감소세를 나타냈다.
버즈량이 가장 많이 줄어든 키워드는 ‘김정은’이었다. 1차 회담에서 63만703건으로 집계됐던 김 위원장의 버즈량은 3차 회담에서 6만6930건으로 줄었다. 버즈량이 5개월 만에 89.4% 포인트나 감소한 셈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 하락은 방송 시청률을 통해서도 나타났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처음 만나 악수를 나눈 순간으로 한정한 시청률은 1차 회담(4월 27일 오전 9시29분)에서 25.5%, 3차 회담(9월 18일 오전 10시9분)에서 22.3%로 각각 집계됐다. 3차 회담의 시청률은 1차 회담 때보다 3.2% 포인트 줄었다.
미디어 데이터 조사업체 TNMS가 지상파(KBS·MBC·SBS) 종합편성채널(TV조선·JTBC·채널A·MBN) 보도전문채널(YTN·연합뉴스TV) 등 남북 정상회담을 생중계한 방송사의 시청률을 합산한 결과다. 디지털·위성방송 수신 장치인 셋톱박스의 빅데이터가 시청률 집계에 이용됐다.
외신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미국·일본·중국·유럽의 유력 외신 온라인판 헤드라인이 정상 간 악수 사진으로 가득했던 지난 회담들과 다르게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과 마주했던 지난 18일 아침 온라인판 헤드라인에 남북 정상회담을 할애한 매체는 미국 뉴스채널 CNN 뿐이었다. 미국 언론들은 대체로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피해 상황을, 일본 언론은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의 판세와 전망을 다뤘다.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 하락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석한다. 남북 정상 간 만남이 국민에게 익숙해진 ‘일상화’, 판문점 선언 이행이 5개월간 지지부진해지면서 생긴 ‘실망감’, 예전만 못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다만 국민들이 남북 정상의 만남을 ‘아주 특별한 뉴스’로 느끼지 않는 현상 자체가 ‘한반도의 신데탕트’를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평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국의 강경대응으로 전운이 가득했던 올해 초를 생각해보라”며 “남북 정상의 만남이 일상으로 받아들여질만큼 한반도에 평화가 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향후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문의 국회 비준 과정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한국갤럽 설문조사에서 김 위원장과의 첫 만남으로 집권 1년차의 후광 효과가 증폭됐던 지난 5월 4일(1차 회담 일주일 뒤) 83%로 치솟았던 반면, 지난 14일(3차 회담 일주일 전)에는 50%를 기록했다. 두 조사 결과는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 포인트로 동일했다.
박인복 데이터앤리서치 대표는 “남북 정상 간 만남은 이제 국민에게 익숙한 장면이 됐다. 평화의 일상화는 긍정적 요소”라며 “다만 남북 정상회담이 정치적 행위로만 부각됐다는 의견을 버즈(SNS 타임라인과 인터넷 댓글)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남북 정상회담을 과도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도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