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균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항 8부두 상상플랫폼 요코하마식 창조도시 제언”

입력 2018-09-19 23:15 수정 2018-09-21 02:47
19일 내항살리기 토론회 개최 직전 행사장에 난입한 모 단체 관계자들이 토론회 주최측을 향해 고성을 지르며 시비를 걸고 있다. 결국 이 토론회는 무산됐다. 민운기 스페이스빔 대표 제공

19일 오후 4시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인천 내항과 바다 되찾기 시민모임’(준) 주최로 ‘인천시의 CJ 상상플랫폼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중구발전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몰려와 토론회가 파행을 겪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시작하기도 전에 시비를 걸고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행사 진행을 방해해 결국 경찰까지 불러 조치를 취하고 어렵게 시작했지만, 또 다시 허락받지도 않은 발언을 해대자 이를 나무라는 발제자에게 기어이 구두를 벗어 던지고(다행히 피해갔음) 폭언과 위협을 가해, 결국 행사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들은 “엄연히 장소 사용 허락을 공식적으로 받아 미리 소개한 순서대로 진행을 하려 했고 나중에 발언권을 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 내용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깽판’을 놓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인천 내항과 바다 되찾기 시민모임’(준)은 긴급회의를 통해 20일 오후 2시 인천 중구청 앞에서 이들을 규탄하고 일단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남상균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장)는 19일 인천 중구 칠통마당에서 개최된 긴급토론회 사전 배포자료를 통해 ‘CJ CGV 상상플랫폼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분석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요코하마의 창조도시를 벤키마킹할 것을 제언했다.

김 교수는 “마중물사업비 246억원(국비 123억원, 시비 123억원)과 시비 추가분(토지매입비 150억원), 그리고 별도 민간투자비 100억원 이상의 사업에 대해 시작부터 시민의견수렴 등 민관거버넌스가 작동되지 않아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CJ제안을 중심으로한 논의수준으로는 원도심의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개발이나 이윤극대화가 수반되는 개발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CJ CGV가 손실발생시 쇼핑몰 사업 등으로 사업전환을 할 것이고, 그럴 경우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의 사례를 보더라도 이같은 방식은 초기 상당기간 손님이 없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타입이라고 진단했다.

그가 제안한 성공한 항구도시 도심재생 사례는 스페인 빌바오와 일본 요코하마 창조도시다.

빌바오는 인천항처럼 도심에 설치된 항만의 특성을 살려 산업과 금융중심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구 주민들도 환영할만한 콘셉트이다.

빌바오는 강을 정화해 강변을 따라 조성된 도심의 문화공간과 생태공간이 국제적 명소로 소문이 나면서 100만명 규모의 관광객들이 지역경제를 먹여살리고 있다.

이처럼 관광객들이 몰린 것은 실패한 쇼핑몰을 클러스터화하는 것이 아니라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한 국제적 건축가들이 참여한 도시건축물이 문화산업을 기반으로 도시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기서 핵심은 ‘가치’에 대한 공유이다.

빌바오의 주민들은 도시재생을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경제, 사회, 환경의 복합적 요소와 결합시켰다. 15명 규모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도시재생협회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다. 관주도나 대기업의 자본 중심이 아니라 민간의 집단지성이 이 문제를 풀어간 것이다.

그 결과 최초 19개 회원 조직이 현재는 140개 단체 회원으로 규모화됐다.

특히 김교수는 요코하마 창조도시가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했다. 요코하마는 전·현직 인천 중구청장도 관심을 가진 항구도시라는 점에서 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교수는 “미래형 지역개발이 갖는 결함을 미리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2010년 ‘모든 요코하마 시민은 아티스트다’라는 도시이미지를 합의한 시민들의 힘으로 창조도시협의체가 만들어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 요코하마 시민들이 만든 협의회에서 나온 ‘창조도시 요코하마 4개년 중기계획’이 수립돼 프로젝트로 수행되면서 인천이 닮고자 하는 ‘항구도시 요코하마’를 미래형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지점이 김교수가 말하려는 핵심이라는 점에서 이미 65%는 CJ가 하는 것으로 확정하고 나머지 35%를 갖고 의견수렴을 하려는 인천시와 중구의 정책결정권자들의 고정된 태도가 과연 얼마나 바뀔 수 있을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대표성을 갖춘 시민사회의 지도자가 나올 경우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확정한 상태다.

결론적으로 김교수가 말하려는 핵심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해보인다. 그는 말한다.

“기존 관광 교류거점, 문화관광교류거점, 지역자원 활용 예술거점 및 창조산업 집적화, 엔터테인먼트거점, 마을만들기 거점이 만들어져야 일본 항구도시 요코하마를 창조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인천은 항구도시다. 항구도시 요코하마와 항구도시 빌바오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국제도시 콘셉트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우리 모두가 상상하는 플랫폼이 아닐까.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