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크고 작은 파행을 겪어 온 대종상영화제가 올해 시상식 개최를 앞두고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약속했다.
대종상 조직위원회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T컨벤션센터에서 제55회 대종상영화제 홍보대사 위촉식을 겸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의 성공 개최를 다짐했다. 올해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은 오는 10월 2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제55회 대종상은 2017년 9월 1일부터 2018년 8월 31일까지 개봉한 작품 104편을 대상으로 후보작을 선정했다. 심사 대상은 제작비 10억원, 개봉관 100개, 상영회수 40회 이상 규모의 상업영화와 예술영화(애니메이션 제외)로 한정됐다. 감독과 평론가 등이 포함된 18인의 심사위원단이 심사를 맡았다. 최종 후보작은 21일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설경구와 영화 ‘박열’로 여우주연상과 신인여우상 2관왕에 오른 배우 최희서가 올해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위촉패를 건네받은 설경구는 “작년에 상을 받아서 되게 행복했는데 오늘 또 상 받는 기분”이라고 유쾌하게 운을 뗐다. 그는 “지난해 대종상에서 간만에 상을 받아 참 행복했다. 올해 홍보대사로서 딱히 무슨 일을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이어 “대종상은 지난 54년간 한국영화와 큰 발자취를 함께해 온 영화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간 부침이 있었던 게 사실이나 근래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잃었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제의 꽃은 배우가 아닌가 싶다. 노미네이트된 배우들은 물론이고 많은 분들이 참석해 대종상이 명성을 되찾고 새로이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다. 저는 시상하러 참석한다. 여러분도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최희서는 “지난해 예기치 않게 신인상과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저에게는 인생 최대의, 믿기지 않는 날이었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사건이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작품을 해오는 데 큰 용기와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감격해했다.
이어 “내년이 한국영화 100주년인데 이렇게 의미 있는 시기에 존경하는 설경구 선배님과 함께 대종상영화제 홍보대사에 위촉돼서 영광”이라며 “그만큼 저도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1962년 제1회 시상식을 연 대종상은 최근 몇 년간 전 조직위원장 구속과 전·현 사업본부간의 갈등, 수상자 선정 공정성 논란, 그로 인한 영화인들의 보이콧 등 크고 작은 잡음에 시달렸다. 가까스로 열린 54회 영화제에서는 생중계 도중 이준익 감독과 최희서를 향한 스태프의 뒷담화 음성이 흘러나오는 방송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지상학 한국영화인총연합회 회장은 “그동안 비난을 받았던 상처 때문에 지금도 부정적 인식을 가진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하지만 김구회 조직위원장이 애쓰신 덕에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영화인협회에서도 적극 돕고 있다. 올해는 좀 더 발전적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구회 조직위원장은 “영화제는 영화인의 것”이라면서 “나는 영화인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봐온 대종상 영화제가 망가져있는 모습을 보고 내가 나서서 바로 세우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임했다. 그 사명감 속에는 당연히 대종상 영화제가 영화인들이 맡아 다시 축제의 장으로 치러야한다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99년 한국영화의 긴 역사 속에서 대종상은 ‘향수’라고 생각한다. 애정 깊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대종상이 나아가는 길에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질타해주시고 잘한 점이 있다면 격려해주시라. 공정성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다시 사랑받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