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내 공공주택 사업의 토지보상금을 담당하던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이 서류를 위조해 토지보상금 15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직원은 담당하던 보상 대상자의 이름이 아내의 이름과 같다는 점을 이용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9일 공문서 및 사문서를 위조해 토지보상금 15억3670만원을 가로채고, 토지 주인에게 보상금을 더 주겠다며 추가로 2000만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뇌물·공문서 위조)로 SH 보상총괄부 차장 김모(4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1년 1월부터 SH 공공개발 사업본부 보상총괄부에서 근무하면서 강동구 고덕·강일지구 내 토지보상금 집행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한 보상 대상자의 이름이 아내 이름과 같았고, 회사 내규 상 30억원 미만의 보상금은 담당 직원과 부장 결재만으로 보상금이 지급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그는 아내가 토지소유자로부터 토지 매도대금 채권을 넘겨받은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고, 토지보상금을 아내 명의 계좌로 입금받았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실제 보상 대상자에도 보상금이 지급됐다. 보상금이 이중 지급된 것이다.
그는 2016년 4월 퇴사하기로 마음먹은 뒤 범행을 저질렀고, 같은 해 11월에 퇴사했다. 김씨는 가로챈 토지보상금으로 송파구에 있는 아파트와 외제차를 구입했다고 한다. 당시 SH 측에서는 범행을 인지하지 못하고 2년 뒤인 지난 6월 내부 제보를 받고 감사에 나섰다.
이와 더불어 김씨는 토지보상금 외 다른 비리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미국 시민권자라 국내 토지보상 규정에 대해 잘 모르는 토지 주인 김모(80)씨에게 보상금을 적게 책정해 지급했다. 그후 토지주에게 “회사 측에 토지수용 보상금 재결정 신청을 해서 돈을 더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접근해 2000만원을 요구했다. 자신의 권한을 통해 토지보상금을 더 받을 수 있게 속인 것이다.
김씨가 위조한 서류는 강동구청장 명의로 된 공문서와 채권양도통지서, 청구 및 계좌입금신청서 등 사문서도 일부 포함됐다. SH측은 사건 적발 이후 비슷한 사례의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보상업무 전 과정을 전산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