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여유 “좀 늦어지면 더 오래오래 보면 되는 거지요”

입력 2018-09-19 08:26 수정 2018-09-19 09:38
청와대 페이스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화법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솔직하고 여유로운 모습, 겸손한 화법을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한편 정상국가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18일 오후 3시45분부터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2시간동안 정상회담을 한 뒤 오후 6시30분 평양대극장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의 환영 예술공연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보다 10분 가량 먼저 도착한 김 위원장은 정부 부처 장관과 청와대 인사들로 구성된 우리측 공식수행단을 보며 “시간이 좀 늦어지고 있지만 뭐 더 오래오래 보면 되는 거지요. 특별히 나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주무대인 평양에서의 첫 정상회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의 여유와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연 직전 문 대통령을 호위하는 차량들이 나타나자 김 위원장은 계단을 내려가 문 대통령 부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 부부가 차에서 내리자 반갑게 악수한 김 위원장은 리설주 여사, 문 대통령 부부와 함께 대극장 2층 귀빈석으로 입장했다. 1층과 3층에 있던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 “만세” 함성과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의 솔직한 화법도 새삼 주목받았다.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문 대통령 부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서 한껏 몸을 낮췄다. 김 위원장은 숙소 내부를 직접 안내하면서 “발전된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 숙소가 초라하다. 수준이 낮을 수는 있어도 최대한 성의를 보여 준비했다. 마음을 받아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우리 판문점 지역에 오셨을 때 제대로 된 한 끼 대접해 드리지 못한 것이 늘 가슴에 걸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낸 4·27 정상회담 당시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경제개발이 낙후된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파격적인 화법을 구사했다.

평양공동취재단,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