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결승전에서 경기장에 난입한 뒤 눈이 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 등 이상 증세를 보인 러시아 록밴드의 남성 멤버가 실제로 독극물에 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료진의 진단이 나왔다.
러시아 밴드 ‘푸시 라이엇’의 멤버 표트르 베르질로프를 치료중인 독일 의료진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반대시위를 벌여온 푸시 라이엇은 지난 7월 월드컵 결승전 당시 경찰복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왔다. “러시아정부의 과도한 경찰력 행사를 반대한다”는 게 이들의 시위 목적이었다. 베르질로프 역시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다 경비요원들에게 끌려나갔다.
그로부터 약 2개월 뒤 전해진 베르질로프의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은 그가 모스크바 병원의 독성 집중치료실에서 치료중이며, 시력과 청력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입원 당시 베르질로프는 걷기도 어려운 상태였으며 정신착란 증세를 보였다. 그는 최근 독일 베를린의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독일 의료진은 이에 대해 “베르질로프가 독극물에 당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베르질로프의 친척들의 전언, 모스크바 병원에서 전달받은 의료기록 등을 토대로 이런 결론을 내렸다”며 “다만 독극물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푸시 라이엇의 한 멤버는 “베르질로프가 친구나 가족들은 알아보고 있지만 그가 독일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