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평양 전용차로 제네시스 대신 벤츠 선택

입력 2018-09-18 16:03 수정 2018-09-18 16:50
문재인 대통령(앞)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는 각각의 전용차 안에서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용하고 있는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 개조한 것이다. 청와대는 경호상 이유로 전용차의 정확한 제원은 공개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한 전용기 코드원에서 내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환영을 받은 뒤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전용차인 검은색 벤츠에 탑승했다. 벤츠 전용차는 지난 16일 방북 수행단 선발대와 함께 육로로 휴전선을 넘어 평양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과 부인 이설주 여사도 전용차에 탑승하는 모습이 생중계 화면을 통해 방송됐다. 김 위원장의 전용차도 메르세데스-벤츠의 ‘마이바흐 S600 풀만 가드’를 개조한 차량으로 추정된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나란히 벤츠 전용차를 이용한 것이다. 2007년 육로로 북한을 방문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벤츠 전용차를 타고 자유로-개성-평양 고속도로를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 순안공항 활주로에 깔린 레드카펫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밟으며 북한 주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다만 ‘문 대통령이 굳이 평양까지 벤츠를 가져간 이유를 모르겠다’는 문제제기는 있다. 문 대통령은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 EQ900’과 벤츠 마이바흐 S600 두개 회사의 모델을 전용차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에쿠스 개조차량과 제네시스 EQ900 개조차량을 대통령 전용차로 청와대에 납품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 취임식을 마친 뒤 청와대로 향할 때는 에쿠스 전용차를 탔다. 제네시스 EQ900 전용차는 지난해 말 청와대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방탄, 방화, 최첨단 통신 장치가 장착된 개조차량이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앞선 두 번의 만남에서 모두 벤츠 차량을 이용했다. 지난 4월 27일 청와대에서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 집으로 이동할 때도 벤츠를 이용했고, 지난 5월 26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으로 넘어갈 때는 은색 벤츠를 이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15일 동남아시아 순방 때 전용차를 공수해 갔는데, 역시 벤츠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아침 방북을 위해 전용차인 제네시스 EQ900을 타고 청와대를 떠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우리나라는 전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다. 10여개에 불과한 자동차 생산국 정상들은 대부분 자국 브랜드를 전용차로 이용한다. 대통령 전용차는 그 나라 제조업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상징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제일자동차집단(FAW)이 만든 고급 자동차 ‘훙치(紅旗)’를 타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시트로엥의 ‘DS7 크로스백’을 전용차로 이용한다. 아키히토 일왕은 도요타의 ‘센추리 리무진’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도요타의 고급브랜드인 렉서스의 ‘LS 600h 리무진’을 전용차로 사용하고 있다. 각기 최첨단 방탄 장치 등을 장착한 개조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용차는 ‘비스트(Beast·야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캐딜락 원 리무진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특수제작한 차량으로, 수류탄은 물론 화학무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13㎝ 두께의 방탄유리와 철판이 차량을 감싸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산책을 끝내고 전용차를 자랑하며 타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평양 시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동승한 오픈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새로운 전용차를 타는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 국영 자동차 연구기관인 NAMI사와 독일 자동차업체인 포르쉐가 합작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전용차의 이름은 ‘아우러스 세나트’라고 BBC가 최근 보도했다. 아우러스는 금을 뜻하는 라틴어 ‘아우룸(Aurum)’과 ‘러시아(Russia)’의 앞 세글자씩을 합성한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들은 주로 메르세데스 벤츠 S600 풀만 가드 등을 전용차로 이용해왔는데, 자국의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용차까지 개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현대차 대신 벤츠를 전용차로 선택한 이유는 정확하지 않다. 평양에 벤츠를 가져간 이유도 확인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 관련된 사항이어서 확인해주기 곤란하다”고만 말했다. 지난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에도 일각에서 벤츠 전용차 이용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 청와대 측은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