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北과 멀었던 삼성… 조금 뒤처진 총수 이재용 방북길

입력 2018-09-18 15:35 수정 2018-09-18 16:32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았다. 다른 대기업들보다 다소 뒤처진 대북 행보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방북 경제인들은 이날 오전 6시20분부터 집합장소인 서울 경복궁 주차장에 모이기 시작해 정부가 마련한 버스에 올랐다. 이후 경기도 성남공항으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오전 9시50분쯤 평양에 도착했다.

이번 방북길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했다. 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이재웅 쏘카 대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등도 함께 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번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53명 중 경제인은 17명이다.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 첫 정상회담 때는 7명 정도였다.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방북길에 올랐던 2차 회담과는 같은 규모다.

1차 남북정상회담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길승 SK그룹 회장,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등이 동행했다. 2차 때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이 함께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LG그룹의 경우 그룹 총수인 고(故) 구본무 선대 회장이 2000년과 2007년 두 번이나 평양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아들 구광모 LG 대표이사가 방북단에 합류하면서 세 번째로 북한 땅을 밟았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2007년에 이어 11년 만에 다시 방북길에 올랐다.

국내 굴지 1위 대기업 삼성은 유독 북한과 연이 많지 않았다. 그룹 총수가 방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과 2007년에는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윤종용 부회장이 방북길에 올랐었다.


대북사업 역시 다소 뒤처진 편이다. 1999∼2010년 국내에서 TV 부품 등을 평양에서 위탁가공 생산한 것이 전부다.

때문에 이 부회장 방북으로 대북사업 물꼬가 트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외신 역시 삼성 향후 행보에 관심을 표했다. CNN은 이날 “남북한 경제가 연결되고, 나아가 수익성 높은 무역과 인프라가 개방될 수 있는 계획들을 문재인 정권이 제시했다”며 “이번 방북은 결국 삼성과 다른 재벌들에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부회장 역시 이번 방북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방북 전날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기업 중 유일하게 총수 본인이 서울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서 이뤄진 방북 교육에 참석했다. 같은 날 태평로 삼성전자 사옥에서 임원회의를 소집해 방북 관련 사안들을 최종 점검하기도 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