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통장·SNS 활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주의···전달책 경찰에 덜미

입력 2018-09-18 14:18
‘대포통장’을 활용하지 않고 피해자의 은행계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신종 수법’이 경찰에 적발됐다.

18일 전남 보성경찰서에 따르면 A씨(44·여)는 지난 7일 오후 1시쯤 보성군 보성읍 한 우체국 앞에서 "보이스피싱에 당한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또 "4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인출한 현금 800만원을 받기 위해 은행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곧바로 출동했지만 이를 눈치를 챈 남성은 곧바로 도주했다.

화장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A씨는 은행에 가기 앞서 한 여성으로부터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추석을 앞두고 현금 1500만원이 필요해 A씨는 여성의 요구에 따라 은행에 갔다. 기존 수법은 휴대전화 통화를 지속하지만 A씨의 경우는 통화를 하지 않았다.

대신 은행에 도착한 순간 SNS 메시지를 통해 "은행계좌에 800만원 입금 돼 있으니 인출해 은행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성에게 전달해 주면 된다. 대출금도 그 때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전달됐다.

또 "현재 은행 창구 앞 대기자가 몇 명인지를 숫자로 표시해 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A씨가 ‘3’이라는 숫자를 입력하자 여성은 "‘은행에서 거액을 한 번에 인출 할 경우 의심할 수 있으니 본사에 보낼 돈을 찾는 것이다’라고 답변하면 된다"는 임기응변 방법까지 알려줬다.

실제 A씨는 돈이 없어야 할 계좌에 800만원이 있어 의심을 하지 않고 곧바로 인출했다. 순간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A씨가 인출한 현금은 ‘검사 사칭 사기’에 당한 서울에 거주하는 B씨(27)가 입금한 돈이었다.

B씨는 "은행계좌가 사기에 사용됐다"는 서울지방검찰청 박모 검사를 사칭한 전화를 받고 곧바로 사기단이 불러준 A씨의 계좌로 보냈다.

경찰은 수사를 벌여 신고 6일 만인 지난 13일 전달책 C씨(47)씨를 붙잡아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C씨는 현금을 전달하는 대가로 건당 20만원을 받기로 하고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씨를 상대로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윗선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번 보이스피싱 수법은 기존과 많이 달랐다"며 "검사 사칭과 대출사기가 동시에 이뤄졌고 은행 창구 앞에서 휴대전화 통화에 대한 의심을 피하기 위해 SNS가 활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을 받아 다른 대출금을 갚는 것처럼 검사 사칭에 당한 피해자가 또 다른 대출사기 피해자의 통장에 돈을 입금했다"며 "피해자들은 사기에 사용된 은행계좌가 차명의 대포통장이 아닌 사용자의 실명과 거래 내역이 나오는 실제 계좌였기 때문에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특히 "만약 A씨가 B씨의 돈을 인출해 전달책에게 보냈다면 피해자들끼리 소송도 가능했던 상황이었다"며 "보이스피싱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보성=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