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게임 피처’ 류현진, 자신이 선발인 이유 입증한 완벽투

입력 2018-09-18 13:47 수정 2018-09-18 14:18
류현진(LA 다저스)이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정규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AP뉴시스

류현진(LA 다저스)이 중요한 경기에서 완벽한 피칭을 펼치며 자신이 선발 로테이션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실력으로 보여줬다.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높아졌다.

류현진은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정규시즌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등판해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치고 5승째를 따냈다. 평균자책점은 2.18까지 떨어졌다.

중압감이 실릴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다저스는 콜로라도와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다저스는 콜로라도에 0.5경기 차 뒤져있었다. 다음날 선발은 클레이튼 커쇼지만 콜로라도도 에이스 카일 프리랜드를 내세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드시 잡아야하는 경기였다.

이를 의식한 듯 류현진은 1회부터 최고 구속 93마일을 뿌리며 전력 투구했다. 그러면서도 투구수 관리에도 힘쓴 류현진은 결국 7회까지 단 93개의 공을 던지는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 탈삼진은 5개, 피안타는 4개였다. 볼넷은 없었다.

특히 경기 전까지 16타수 10안타로 ‘천적’이었던 놀란 아레나도에게 선전한 점이 백미였다. 1회 내야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시프트가 없었다면 평범한 땅볼 아웃으로 이어졌을 타구였다. 이어진 타석에서도 외야 플라이와 3루 땅볼로 어렵지 않게 처리했다. 직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변화구를 동반한 류현진에게 오히려 아레나도가 몰리는 모습이었다.

류현진의 이날 투구는 큰 경기에 강한 ‘빅게임 피처’로서의 모습을 재현했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류현진은 2013년 MLB에 데뷔했다. 당시 류현진은 3.00의 준수한 평균자책점과 함께 14승을 올리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의 진가는 포스트시즌에서 발휘됐다. 류현진은 다저스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맞붙은 NL 챔피언십 시리즈 스코어 0-2로 몰린 상황에서 선발 등판했다. 직전 포스트시즌 등판이었던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소 부진해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우려를 비웃듯 그 날의 류현진은 강력했다. 1회부터 전력투구하며 세인트루이스의 강타자들을 돌려세웠다. 최고 구속은 약 95마일가량이었다. 특히 7회초 맷 애덤스를 상대로 하이패스트볼을 던져 삼진을 잡은 뒤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은 한동안 애국가 영상에 나올 만큼 화제가 됐다.

그 뒤로 약 5년이 흘렀다. 어깨 부상으로 긴 공백기를 거친 류현진은 지난해 구위가 다소 떨어진 모습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류현진은 어깨 부상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타구니 부상으로 한동안 결장하기는 했지만 문제가 됐던 어깨는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았다.

시즌 내내 2점대의 훌륭한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던 류현진은 결국 알렉스 우드, 마에다 켄타라는 좋은 선발자원들을 밀어내고 다저스의 로테이션에 남았다. 우드와 마에다 모두 자신의 불펜 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했을 만큼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에게는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런 감독의 믿음에 류현진은 이날 완벽한 투구로 보답했다. 류현진과 대조적으로 우드는 8회 류현진 대신 등판해 2점을 주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다저스는 콜로라도에게 8대 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콜로라도에 0.5 게임차로 앞선 서부지구 1위가 됐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