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이설주 함께 영접’…DJ·노무현 때와 다른 점(영상)

입력 2018-09-18 13:03 수정 2018-09-18 13:35

남북 두 정상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마주했다.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만남이다. 이전 두 번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쪽으로 내려왔으나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하늘길을 이용해 북으로 향했다. 이로써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평양 땅을 밟은 세 번째 대통령이 됐다.

◇ ‘첫 부부 함께 영접·사열’… 특별했던 문 대통령 평양 도착 순간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8일 오전 8시5분쯤 관저를 나와 헬기에 탑승했다. 이후 8시23분쯤 서울공항에 도착해 잠시 방북단 및 배웅을 나온 인사들과 대화를 나눈 후 전용기에 올라탔다.

오전 9시50분쯤 문 대통령과 방북수행단이 탑승한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북한은 문 대통령 일행을 최고 수준 예우를 갖춘 환영행사로 맞이했다. 오전 10시10분 문 대통령은 북한 인민국 의장대와 환영 인파 속에서 김 위원장 손을 잡았다.

두 정상이 악수하는 순간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마중 나온 북한 주민들은 한반도기와 인공기를 휘두르며 감격했다. 지난 두 번의 마중 때는 붉은 색 꽃을 흔들었었다. ‘문재인’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주민도 있었다. 두 정상이 악수에 이어 포옹을 나누자 ‘와’ 하는 함성이 들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악수를 건네고 짧게 대화를 했다.


매번 혼자 영접 나왔던 아버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는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공항 활주로까지 직접 나왔다. 문 대통령 부부가 타고 온 비행기 앞까지 이동해 기다리다 이들이 계단을 내려오는 내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인민군 의장대는 문 대통령을 환영하는 의장행사를 했다. 이 자리에도 이례적으로 두 정상 부부가 함께 섰다. 이후 북한 화동이 바치는 꽃다발을 받은 뒤 육·해·공군으로 구성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공항 의전행사인 인민군 의장대 사열은 최고 예우가 담겨 있다. 군악대의 조선인민군가가 흘러나왔고, 지휘자 구령에 맞춰 의장대가 ‘받들어 총’ 자세를 취했다. 이후 두 정상이 레드카펫이 깔린 의장대 앞을 걸어갔다.

이전에 없던 ‘각하’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했다. 북한 대좌는 “대통령 각하 영접을 위해 도열했습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 후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바로 시작한다. 이전 두 명의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본격 회담에 앞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만났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이번 정상회담은 정상 간의 직접적, 실질적 대화에 모든 무게를 두고 있다”며 “일체의 형식적 절차를 걷고 두 정상 간 회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이전 평양정상회담과) 다르다고 할 수 있고 중요한 차이”라고 설명했었다.

다음 날인 19일 오전에도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청와대는 회담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오전 회담 후에 합의 내용 발표를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문 대통령이 평양 주요시설을 참관하는 일정도 마련돼 있다.

이전에는 평양 공항 도착과 영접 장면 정도만 생중계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환담, 정상회담 모두 발언 등을 남측에서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2000년, 김정일과 같은 차 타고 이동한 DJ


2000년에 개최된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평양국제비행장에 내려 김정일 위원장의 깜짝 영접을 받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예정에 없이 공항에 마중을 나와 남측 인사들을 파격 대우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내리길 레드카펫 위에서 기다리다가 악수를 나눴다. 남북 두 정상의 역사적 첫 대면은 남측에 생중계됐다.

김 전 대통령은 잠시 의전 카펫을 벗어나 두 명의 북한 주민들과 악수하며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당시 혁명음악대 책임자인 북쪽 대좌는 우렁찬 목소리로 조선인민군 총사령관 등 김 위원장 직함을 열거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을 마중하기 위해 나왔습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의장대를 사열하고 환영행사를 마친 후 김 위원장과 같은 차를 탔다. 이곳에서 차중 회담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 첫날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에 도착한 뒤에도 김 위원장과 27분간 대화를 나눴다. 정상회담 의제에 대한 논의였다기보다 처음 마주 앉은 남북 정상 간의 환담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은 방북 첫날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전통무용과 기악곡을 중심으로 한 공연 ‘평양성 사람들’을 봤다. 방북 둘째 날 만경대학생소년궁전을 참관했다. 정상회담은 둘째 날 오후에 이뤄졌다. 합의문 서명도 밤 늦게 성사됐다.

◇ 2007년, 무개차 타고 평양 퍼레이드한 노무현


2007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서면서 대국민 메시지를 낸 뒤 경의선 도로를 이용해 평양 땅을 밟았다. 역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나와 영접했다. 붉은 계열의 꽃을 든 북한 주민들이 두 정상의 역사적 만남을 맞이했다.

노 전 대통령은 평양 4·25문화회관 앞에서 북한군을 사열했다. 인민군 의장대 분열의 경우 김 전 대통령 방북 때는 없었지만, 노 전 대통령 때는 실시됐다.

노 전 대통령은 회담을 앞두고 무개차를 타고 평양 시내 퍼레이드를 했다. 2000년 정상회담 때 김 전 대통령이 무개차에 타지 않아 거리 환영 인파에 답례할 수 없었던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방북 둘째 날인 10월 3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서명은 마지막 날인 4일 이뤄졌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방북 때 집단체조 ‘아리랑’을 관람했다. 당시 김 위원장 대신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동행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방북 마지막 날 남포 서해갑문과 평화자동차를 돌아봤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