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100만 달러 제한?…제2의 린드블럼 없다” 리그 질적 저하 불가피

입력 2018-09-17 20:43 수정 2018-09-17 20:46

올 시즌 평균자책점 10걸을 보면 외국인 투수 7명에 토종 투수 3명이 포함돼 있다. 두산 베어스 조쉬 린드블럼이 2.93으로 1위로 유일한 2점대 투수다. 2위는 LG 트윈스 타일러 윌슨으로 3.07이며, 3위는 같은 팀 헨리 소사로 3.32를 기록하고 있다.

4위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으로 평균자책점은 3.63이다. 5위는 다시 외국인 투수인 두산 세스 후랭코프로 3.77이다. 6위는 넥센 히어로즈 제이크 브리검 3.89, 7위 같은 팀 최원태 3.95, 8위 SK 와이번스 박종훈으로 4.13이다. 9위는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로 4.33, 10위는 SK 메릴 켈리로 4.34다.


이닝 소화력에서도 외국인 투수 8명에 토종 투수 2명이다. LG 소사가 1위다. 176.1이닝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토종 투수로는 KIA 양현종이 171이닝으로 3위에 올라있다. 다승 부문은 외국인 투수 4명에 토종 투수 7명(공동 10위 포함) 구도다.

각 구단 투수 전력의 절반이 외국인 투수 몫이라는 게 수치로 보여진다. 그런데 이 가운데 KBO 발표 기준으로 계약금과 연봉을 합쳐 100만 달러가 넘는 외국인 투수는 6명이다.

KIA 헥터 노에시가 계약금 없이 연봉 170만 달러가 가장 많다. 2위는 SK 켈리로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140만달러를 합쳐 150만 달러의 몸값을 받고 있다.
3위는 두산 린드블럼으로 계약금 5만달러와 연봉 135만달러로 총액 140만달러를 받는다.

4위는 LG 소사로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120만 달러로 총액 125만 달러다. 5위는 롯데 자이언츠 브룩스 레일리로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111만 달러를 받는다. 끝으로 삼성 라이온즈 팀 아델만이 계약금 10만 달러와 연봉 95만 달러를 보장받았다.

그런데 KBO는 지난 11일 외국인 선수 제도의 고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고 공정한 경쟁 유도를 위해 신규 외국인선수의 계약 금액을 연봉(옵션 포함)과 계약금, 이적료를 포함해 총액 100만불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KBO 발표에 따르면 기존 구단에 보류권이 있는 선수가 재입단 할 경우에는 제한이 없으며, 방출 후 재입단하는 경우는 신규 선수로 간주해 상한제가 적용된다. 시즌 도중 교체 선수로 입단할 경우 계약 총액은 잔여 개월 수에 따라 산정한다.

또 신규 외국인선수의 다년 계약은 허용되지 않으며, 입단 2년 차부터 재계약 시 다년 계약을 허용하기로 했다. 외국인선수의 계약 규정 위반 시에는 해당 계약은 무효로 하고 선수는 1년간 참가활동을 정지하며 구단에게는 다음 연도 1차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KBO는 밝혔다.

KBO 규약대로 라면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재계약 몸값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벌써 일부 외국인 투수들은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빠져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실력이 미흡한 외국인 투수들도 교체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투수들을 데려와야 한다. 이 경우 몸값을 100만 달러로 제한하면 실력 있는 선수가 올 수 있을까. 쉽게 말해 린드블럼이나 소사 등 각 구단의 1번 투수급은 데려올 수가 없다.

당장 현장에서는 외국인 선수 계약액 제한선에 대해 “비현실적이다”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 12일 “그 액수에 좋은 선수가 오겠는가”라며 부정적 견해를 직접 피력할 정도다.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면 KBO리그의 질적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타고투저 현상이 심한데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구단의 경영 구조 개선을 통한 적자 해소 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가장 손쉬운 외국인 몸값을 줄이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모양새다.

시점도 좋지 않다. 병역 논란에다 국내 선수들의 몸값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저의가 의심스럽다. 결국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그들만의 논의를 통해 이뤄진 탁상공론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