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영방송인 CCTV가 대만 첩보요원의 활동을 보도해 대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CCTV의 시사 프로그램인 ‘자오뎬팡탄(焦點訪談)’과 메인 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는 지난 15일과 16일에 걸쳐 중국 당국이 올해 진행한 ‘2018 레이팅(천둥번개) 프로젝트’에서 100여건에 달하는 대만 간첩 사건을 적발했다고 보도했다.
자오뎬팡탄은 대만 첩보기관 요원들이 대만에 온 중국 학생들이 외로워하고 현지 사정에 밝지 못했다는 점을 이용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특히 한 대만 첩보요원의 활동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2011년 18세였던 중국 기계공학과 학생 샤오저(小哲·가명)는 교환 학생으로 대만을 방문했는데, 식사 자리에서 만난 연상녀 쉬자잉(許佳瀅)과 친분을 쌓고 동반 여행을 비롯해 잠자리까지 했다고 한다. 이 연상녀는 샤오저에게 각종 자료와 정보를 모아달라고 요청했고, 샤오저는 이 요청에 응했다고 한다. 쉬자잉은 100여건의 정보를 제공받는 대가로 샤오저에게 4만5000위안(약 730만원)을 제공했다고 한다. 이후 2014년 쉬자잉의 활동은 산시(陝西)성 국가안전청(중국 내 방첩·정치범 담당 기구)에 적발됐다. 방송은 쉬자잉의 본명과 함께 신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방송은 그러면서 “(대만 요원들은) 기계, 항공 등 국방 과학기술과 관련된 전공자와 공무원 시험 준비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접근해 육체적·경제적으로 유혹했고 각종 기밀 정보를 요구했다”며 “상대가 이상한 낌새를 채고 이별을 요구하면 친구와 가족을 이용해 협박하는 수법을 이용했다”고도 전했다.
중국에서 대만 관련 업무를 맡는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16일 “최근 대만 간첩 정보기관이 중국을 목표로 정보 도용 및 침투활동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며 대만 측에 간첩활동을 중지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보도가 나온 뒤 대만 국방부 측에서는 공식 논평을 피하면서도 “(해당 보도는) 근거없는 것”이라며 “그런 일에 같이 장단을 맞춰 줄 필요가 없다”고 부인했다. 또 대만에서 중국 관련 업무를 맡은 대만대륙위원회에서도 “중국 측의 주장은 학생 간 교류를 억제하려는 악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중국은 과거에도 관영매체 보도를 이용해 대만을 압박한 사례가 있다. 2014년 10월에는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대만 정보기관이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포섭공작을 벌인다고 보도했다.
김종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