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모우라와 손흥민…케인 파트너는 단 한자리뿐

입력 2018-09-17 17:00
루카스 모우라. AP뉴시스

루카스 모우라가 토트넘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시즌 초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일정으로 잠시 전력에서 이탈했던 손흥민과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예고했다.

모우라는 개막 후 5경기를 모두 선발출전하며 해리 케인과 함께 팀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체력 역시 충분하다. 브라질의 9월 A매치 명단에 포함되지 않으며 휴식을 취한 채 토트넘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멀티골을 기록하며 8월의 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손흥민과 모우라는 토트넘 공격루트 중핵인 해리 케인의 파트너 자리를 두고 싸우는 경쟁자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시즌 FA컵 대회에서 2선 라인에 손흥민을 왼쪽, 모우라를 오른쪽에 두며 공존 가능성을 실험한 바 있다. 당시 둘은 준수한 호흡을 보였지만 이후 함께 선발로 나서는 경기는 보기 힘들었다. 2선에는 이미 델레 알리와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빌드업의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모우라는 날때부터 유소년시절까지 브라질에서 보낸 선수답게 방향전환이 잦은 화려한 드리블을 주무기로 한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밀리지 않는다. 전 소속팀인 파리생제르맹(PSG)에서도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라는 걸출한 스타들로 인해 자리가 사라졌을 뿐, 기량이 쇠퇴했던 것은 아니다.

포체티노 감독은 모우라에게 다양한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모우라는 뉴캐슬과의 개막전에선 4-2-3-1 포메이션에서 측면 공격수로 나섰고, 풀럼전은 케인과 함께 투톱을 이뤘다. 맨유전에선 에릭센과 알리와 함께 2선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0대 2로 충격패를 당했던 왓포드전에선 3-1-4-2 포메이션으로 케인과 함께 최전방에 섰다. 리버풀전에서 역시 4-4-2로 케인과 함께 공격의 중심에 섰다.

토트넘이 여름 이적시장에서 전력보강이 없던 만큼 기존 선수단에 없던 새로운 드리블러인 모우라를 최대한으로 활용해보겠다는 계산이다. 현재까지 모우라는 포체티노 감독의 신뢰에 어느 정도 보답하고 있다. 스피드가 부족했던 토트넘 공격에 이타적인 역할도 수행하며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는 평가다.

이후에도 상대가 공간을 내주지 않는 수비적인 중앙밀집 형태로 나온다면 모우라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토트넘이 부진했던 경기를 보면 케인이 최전방에서 상대의 밀집수비에 고립된 경우가 많았다. 모우라는 2선과 연계하며 특유의 경쾌한 움직임으로 케인에게 집중된 수비를 분산시키고 공격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선수다.

과거 로랑 블랑이 파리생제르맹 감독시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중심으로 에딘손 카바니와 모우라를 활용한 쓰리톱으로 재미를 본 바 있는 만큼 포체티노 감독이 손흥민과 모우라의 공존법을 찾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분명한 것은 선수층이 얇은 토트넘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한정적인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손흥민과 모우라는 경쟁자가 아닌 동료로서 화합할 가능성이 높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