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에서 평양까지 208㎞. 파주-통일대교-개성시내-평양개성고속도로를 지나 평양고려호텔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시간55분. 남북 3차정상회담 선발대를 태운 버스는 남북을 잇는 경의선 육로를 4시간 가까이 달려 목적지에 이르렀다. 서울에서 전주보다 가까운 거리지만 더 천천히, 더 오랜 시간을 들인 끝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정부 관계자 및 취재단 선발대는 16일 오전 8시20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북측출입사무소(CIQ)를 출발했다. 선발대는 북측이 제공한 버스 3대에 옮겨 타고 파주에서 평양으로 향했다. CIQ에서 통일대교를 달려 개성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남짓. 국경을 넘어 북측으로 간다는 것을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금세 개성에 닿았다.
개성에서 평양까지 170㎞를 잇는 평양개성고속도로에 진입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도로 곳곳이 패여 울퉁불퉁한 길이 이어져 제한속도 110㎞인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도 시속 60㎞ 이상 속도를 내지 못 했다. 이달 초 한반도 곳곳에 쏟아졌던 집중호우 탓으로 도로 사정이 더 안 좋아졌다고 한다. 여기저기서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왕복 4차선 도로에 오가는 차량이 거의 없었는데도 버스 3대와 KBS 생중계 차량,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서 이동할 방탄 경호차량 2대가 60㎞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달려야 했다. 매끄럽게 깔린 고속도로가 아니라 움푹 패이고 불쑥 솟은 아스팔트길을 버스는 조심조심 지나와야 했다. 속도감 있게 몰아칠 수도 없고, 너무 천천히 가서도 안 되는 남북 화해의 험난한 여정을 보여주는 것 같은 길이었다.
버스는 1시간40분을 내달린 뒤 오전 10시쯤 평양까지 85㎞가량 남은 지점인 한 휴게소에서 멈췄다. 평양개성고속도로의 유일한 휴게소인 은정휴게소였다. 양옆에 논밭이 펼쳐진 고속도로에 자그맣게 마련된 은정휴게소에서 선발대는 40분 정도 머물렀다.
선발대는 오전 10시40분 다시 시동을 걸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한 대로 ‘잘 정비되지 않은 도로’를 시속 60㎞ 정도 속도로 1시간30분쯤 달리니 ‘조국통일 3대 혁명 기념탑’이 눈에 들어왔다. 평양의 관문인 이곳을 선발대가 통과한 시점은 낮 12시9분이었다.
목적지인 평양역 근처 고려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15분이었다. 오전 8시20분 파주를 떠난 버스는 3시간55분이 지난 뒤에야 목적지에 다다랐다. 휴게소에서 머문 40분을 제외하더라도 거의 텅 빈 도로를 3시간15분 정도 걸려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남북정상회담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