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화 이글스 류현진(31)의 최종 성적은 9승9패였다. 27게임에 나와 182.2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다. 22차례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고도 두자릿수 승수를 쌓는데 실패했다.
류현진이 2006년 데뷔 이후 10승을 달성하지 못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2006년 18승, 2007년 17승.2008년 14승, 2009년 13승, 2010년 16승, 2011년 11승을 거뒀다. 그런데 2012년 초반 3경기 득점 지원은 고작 3점이었다. 1점만 내줘도 지기에 류현진은 이를 악물고 던졌지만 끝내 10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그해 한화 타선의 류현진 게임당 득점 지원은 3.5점이었다. 이때가 한화의 암흑기였다. 올해 3위를 달리고 있는 한화의 모습을 보면 상전벽해라는 말이 떠오른다.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2012년 류현진’과 닮은 불운의 아이콘이 있다. 뉴욕 메츠의 제이콥 디그롬(30)이다.
디그롬은 17일(한국시간) 보스턴 레드삭스와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동안 홈런 1개 포함 5피안타, 1볼넷, 3실점을 기록했다. 삼진도 12개나 잡았다. 마운드를 내려올 때 3-3이었다. 메츠는 보스턴에게 3-4로 패했다. 디그롬은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5경기째 무승이다.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날 패배로 디그롬의 평균 자책점은 1.71에서 1.78로 올라갔다. 엄청난 방어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8승이다. 9패로 패전이 더 많다.디그롬만 올라오면 타선은 일제히 침묵한다.
최근 5경기의 실점을 보면 2실점을 넘긴 적이 없다. 디그롬은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자칫하면 10승도 거두지 못한 최소 승리투수 출신 사이영상 수상자가 될지 모른다. “괴롭지만 이게 야구”라는 그의 말이 실감있게 다가온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